한국현대시

잠언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10. 11.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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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 노인이 쓴 산상수훈 -그랙 맥도널드

 

내 굼뜬 발걸음과

떨리는 손을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듣기 위해

오늘 내 귀가 얼마나 긴장해야 하는가를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 눈이 흐릿하고

무엇을 물어도 대답이 느리다는 걸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오늘 내가 물컵을 엎질렀을 때 그것을

별 일 아닌 걸로 여겨 준 자에게 복이 있나니,

 

기분 좋은 얼굴로 찾아와

잠시나마 잡담을 나눠 준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나더러 그 얘긴 오늘만도 두 번이나 하는 것이라고

핀잔 주지 않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사랑받고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찾아갈 기력이 없을 때

내 집을 방문해 준 의사에게 복이 있나니,

 

사랑으로 내 황혼녘의 인생을 채워 주는

모든 이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아직 살아 있을 수 있도록

나를 보살펴 주는 내 가족들 모두에게 복이 있나니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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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 이일향

 

산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돌아가고

강은 저 혼자 흘러 어느 바다에 닿는지

억새는 해 저물도록 빈 하늘만 이고 있다

 

햇빛 바람 이슬 푸른 꿈은 피어나고

그리움 키를 넘어 먼 세월을 감도는데

목놓아 부르는 이름 노을 속에 묻혀 간다

 

안으로 타는 넋을 눈물로 어이 끄랴

눈비에 휘어진 몸 머리 풀어 춤을 춘다

천지가 은빛 울음으로 흔들리고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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