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잠언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10. 12. 07:37
728x90




난 부탁했다 -작자미상

(미국 뉴욕의 신체장애자 회관에 적힌 시)

 

 

나는 신에게 나를 강하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원하는 모든 걸 이룰 수 있도록.

하지만 신은 나를 약하게 만들었다.

겸손해지는 법을 배우도록.

 

나는 신에게 건강을 부탁했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지만 신은 내게 허약함을 주었다.

더 의미있는 일을 하도록.

 

나는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행복할 수 있도록.

하지만 난 가난을 선물받았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도록.

 

나는 재능을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사람들의 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지만 난 열등감을 선물받았다.

신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나는 신에게 모든 것을 부탁했다.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지만 신은 내게 삶을 선물했다.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도록.

 

나는 내가 부탁한 것을 하나도 받지 못했지만

내게 필요한 모든 걸 선물받았다.

나는 작은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신은 내 무언의 기도를 다 들어 주셨다.

 

모든 사람들 중에서

나는 가장 축복받은 자이다.-

 

-------------------------------------------------


민들레의 영토에 앉아 박 영 교

1.

가깝게 있어도 멀리 느껴지는 사람

먼 곳에 앉아 있어도 아주 가깝게 있는 이

사람 맘 어디서 시작되는 걸가 아무리 제어해도 안 된다.

2.

넌 나에게 산 첩첩 골 깊은 사람인가

골 푸른 살 메아리 진한 물 소리 같은 사람

살면서 어둠 헤치고 산골 밝은 목소리.

3.

겨울이라고 내 마음엔 흰눈 얹어 자리 잡을까

들길에 하루 종일 푸른 빛살 나르더니

풍경화 그늘을 지우며 뚝뚝 녹아 듣는 낙수.

4.

부석사 길 빙판 위를 오늘 손님 태우고 간다.

석축이며 석등 불상, 백팔계단 오르는 번뇌

발자국 가득히 채우는 무량수전 무거운 와가(瓦家).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언시와 시조 1수  (0) 2017.10.18
잠언시와 시조 1수  (0) 2017.10.16
잠언시와 시조 1수  (0) 2017.10.11
잠언시와 시조 1수  (0) 2017.10.10
잠언시와 시조1수  (0) 2017.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