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육담(肉談) .결백

임기종 2024. 10. 2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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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어부가 돈을 많이 가지고 한양의 한 여관에 투숙했다. 여관주인이 이를 알고 돈을 뺏으려고 계략을 꾸며 아내에게 나그네가 깊이 잠들면 가만히 방에 들어가 옆에 누워 있으라고 말한다. 그때 자기가 들어가 그 사람을 깨워 혼 줄을 내겠다는 것이다. 결국 여인이 방에 들어거 곤히 잠든 어부 옆에 옷을 벗고 눕는다. 그 순간 방문이 활짝 열리며 우레 같은 호통소리가 난다. 나그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아니 그런데 웬 여인네가 옷도 입지 않고 곁에 있는 것이 아닌가.

네가 남의 처를 유인해 객실에 끌어들여 간통했으니 세상에 어찌 너 같은 놈이 있을 수 있느냐

하면서 두 팔을 묶어 관가에 고발하겠다고 으르렁대다가 일부러 자기 아내를 때리기까지 한다. 그러자 아내가 말한다.

나그네가 나를 꾀어 강제로 겁간(劫姦)하려 했습니다

어부는 깊은 밤에 봉변을 당하는구나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곳에는 자신의 결백을 변명해 줄 사람도 증거도 없다. 여관 주인이 나그네를 관가로 끌고 가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와 나그네에게 말한다.

관가에 가면 망신당하는 것은 뻔하니 돈을 줘 사과하고 서로 화해하시오

하고 말한다. 이사람 역시 여관 주인과 사전에 입을 맞춘 사람이다. 나그네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돈까지 주면서 사과하기는 너무나 억울했다. 얼마 후 관가에 도착하니 사또가 그런 일이 있는가 묻지만 변명할 말이 없다. 그 순간 문득 머리에 한 생각이 스친다.

내가 저 여자와 잤다면 양경(陽莖)에 때가 있겠소이까

하고 사또에게 묻는다. 그러자 사또가 말하기를

어찌 때가 있겠느냐. 반드시 때가 없느니라

그러면 저의 양경을 검사하소서

하고 내 보인다. 사또가 자세히 보니 양경에 때가 잔뜩 끼어 냄새가 고약하다. 그제서야 사또는 곧 나그네가 죄를 짓지 않았음을 알고 여관 주인 부부를 심문하자 돈이 탐나 무고(誣告)했다고 자백했다.

-촌담해이(村談解滯)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