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李)씨 성을 가진 환관(宦官)이 있었다. 그의 아내는 얼굴이 예쁜데다 남자를 밝히는 편이었다. 그러나 환관을 남편으로 둔 아내는 끓어오르는 정감을 불태울 수가 없었다. 결국 참고 견딜 수 없어 이웃에 사는 한 젊은 남자와 몰래 정을 통했다. 그런데 그만 불행히도 임신이 되고 말았다. 부인은 자신의 부정이 탄로 날 것이 두려워 남편을 속이기로 계획을 세운다. 얼마 후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 여자가 임신할 시기가 되면 남녀의 애정이 두 배로 증가한다고 들었습니다. 근래에 제가 부쩍 잠자리를 하고 싶은 충동이 몇 배로 증가하니 아마도 임신을 할 때가 돼서 그런가 봅니다"
"아, 여보 부인, 참 안타깝구려. 양근(陽根)이 없는 우리들 환관들은 정상적인 잠자리를 할 수 없어 임신을 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당신도 알고 있지 않소. 미안해요 여보"
"예, 여보, 제가 어찌 그것을 모르겠습니까? 헌데 제 생각으로는 대나무로 대롱을 만들어 당신의 잘라진 양근 뿌리에 힘껏 붙이고 그 대롱 끝을 제 다리 사이에 꽂아 잠자리를 하면 정액이 대롱을 통해 제 몸속으로 흘러들어 임신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 번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이씨가 아내의 말을 들어 보니 그럴듯해 곧 대롱을 하나 만들어 그날부터 매일 밤 대롱 한끝을 자신의 양근 뿌리에 대고 다른 끝을 아내 몸에 꽂아 잠자리를 했다. 그러니까 자기는 별로 기분이 상승되지 않는데 아내는 매우 좋아하면서 흡족한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1개월쯤 지나자 아내는 정말 임신을 했다고 하면서 좋아했다. 아내가 임신했다는 말을 들은 환관 이씨는 너무 좋아 친구 환관들에게 자랑했다.
"이보게들, 우리 환관들이 아이를 낳게 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야. 잘만 하면 우리들도 얼마든지 자식을 가질 수가 있어. 나는 특별한 기술을 써서 아내가 이미 임신을 했거든"
이처럼 아내의 제의에 따라 대롱을 사용해 임신한 방법을 설명하고 자랑하자 동료 환관들이 모두 아내에게 속은 것이라면서 웃었다. 뒤에 아내가 아들을 낳자 이씨 또한 기뻐하면서 동료 환관들에게 그 사실을 자랑했다. 이에 동료 환관들은
"이 사람 맹추야, 그 아이는 대롱으로 임신을 했으니 이씨(李氏)가 아니고 죽씨(竹氏) 일세 그려. 이 어리석은 사람아"
하고 놀리면서 배를 쥐고 웃었다. 그러나 환관 이씨는 왜 사람들이 자기를 보고 웃는지 알지 못하고 그저 화를 내기만 했다.
------------------------------------------
환관은 궁중이나 유력자 밑에서 사역에 종사하던 거세(去勢)된 남자로 내관(內官),사인(寺人),엄관(閹官),엄인(奄人),정신(淨身),내수(內竪),중관(中官),혼시(閽寺),환시(宦寺),환자(宦者),황문(黃門),화자(火者),총환(寵宦),중사(中使),내시(內侍)라고도 불렀다.
환관은 대개 남근(男根)과 음낭(陰囊)을 제거하는데 때로는 음낭만을 떼어내는 경우도 있으나 어느 경우에나 신체상 변화가 일어난다. 외모는 남성의 특징이 사라지고 중성화(中性化)된다. 행동도 여성화되는데 남자의 특징 즉 수염이 빠지고 음성이 변하며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신라시대에 환수(宦竪)가 있었고 본격적으로 환관을 설치한 것은 고려시대부터다. 고려 의종(毅宗) 이후 점차 환관을 임명하기 시작했는데 대개 천민 출신이었다. 이들은 부곡(部曲),관노(官奴),가노(家奴)출신과 무녀(巫女),관비(官婢)의 소생들로 관직을 가질 수 없었으며 녹봉도 없었다. 다만 의복과 식사만 제공받았다.
조선시대에는 환관들의 가계(家系) 계승을 위해서 수양자법(收養子法)을 만들고 같은 성씨에 한해 양자를 삼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환관의 가계단절을 염려해 타성을 가진 양자도 허용했고 환관이 처첩을 거느리는 경우도 있었다. 환관제도는 1894년(고종 31년) 갑오개혁(甲午改革)으로 폐지됐다.
'해학과 재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육담(肉談) .결백 (0) | 2024.10.28 |
---|---|
육담(肉談) .콩깍지가 씌워도 그렇지 (2) | 2024.10.26 |
육담(肉談) 장인 뿐인 줄 아나? (2) | 2024.10.24 |
육담(肉談) .새 색시의 걱정 (3) | 2024.10.23 |
육담(肉談). 스물이 넷이면 (3) | 2024.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