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각이 장가를 갔는데 바보였다. 그럭저럭 혼례를 치르고 한달 쯤 지나서 처가에 가게 되었는데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한참이나 공들여서 외운 처가 마을 이름이며 장인 이름도 다 까먹어 놓았으니 더욱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고생 고생해 가며 이렇게 저렇게 물어서 겨우 처가 근처에 이르자 한 꾀가 생각났다. 마침 샘에서 물을 푸는 젊은 아낙을 만나 이렇게 물었다.
"요사이 혼례를 치른 집이 어디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젊은 아낙이 바로 자기 아내였다.
아내는 몹시 화가 났다. 제 마누라 얼굴도 모르고 처가도 못 찾는 위인을 남편이라고 두었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녀는 남편을 한번 크게 골려 줄 참으로 이렇게 일러주었다.
"아, 그 집이오. 여기서 좀 먼데. 가만있자, 옳지 저기 가는 저 흰둥이 개가 그 집 개니까 그 개를 따라가세요.“
바보 신랑은 쾌재를 부르며 개를 따라 나섰지만, 그게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개가 무슨 바쁜 일이 있다고 집으로 곧장 들어갈 것이며, 굳이 사람이 다니는 큰길로 갈 까닭도 없었던 것이다. 개는 밭고랑 사이를 헤집고 다니기도 하고 시궁창을 건너기도 했다. 웬만한 사람 같으면 포기했을 일이지만 이 바보는 끈질긴 집념으로 개를 따라다닌 끝에 드디어 처가에 도착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이 개가 대문으로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수채 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이 바보는 할 수 없이 수챗구멍에 머리를 디밀어 보았지만, 머리는 간신히 들어가도 몸 전체가 빠져 나올리 만무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들어가려고 낑낑거리고 있는데 마침 장인이 그 광경을 목격했다.
"아니 자네 왜 이러고 있나?"
"처가에 가려고 하는데 샘에서 물 푸던 여자가 저 개를 따라가라고 해서 이러고 있는 중이지요."
"남이 볼까 창피하네. 빨리 나오게."
바보는 장인을 따라 대문으로 들어섰지만, 여전히 실수 연발이었다. 그래도 처가에 가면 인사를 잘 올리라는 말은 들었던지 측간에 갔다는 장모를 찾아 볼일을 보는 데다 대고 절을 올렸다. 그리고는 작은방에서 베를 짜고 있는 처형을 보고 제 마누라인줄 알고 점잖게 한마디 했다.
"니가 뭘 할줄 안다고 베를 짜고 있어?"
그리고 진작에 들어와서 부글부글 끓는 속을 진정하고 있던 제 아내에게도 역시 인사말을 잊지 않았다.
"처형, 안녕하십니까? 밥 짓느라 욕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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