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량은 이제 없다
한량은 이제 없다 세상을 내려 보는 감흥에 가슴 벅차 무소유 되뇌이던 한량은 이제없다 욕심껏 갖고자 하는 범부(凡夫)들만 넘치고. 연상의 기생 묘에 술한잔 올리면서 '홍안은 어디두고 백골만 묻혔는가' 백호(白湖)의 노래 소리가 이명으로 들린다. 십팔세 기생에게 정주던 칠십 노객 풍류객 그 한량을 이제는 볼 수 없다 인생을 즐기는 여유 사라진지 오래라. 경포호 달 다섯을 헤아려 볼 수 있는 정 많던 한량님은 어디로 가셨는가 색안경 쓴 속물들의 계산속만 빠르다. 산고(産苦)의 아내부탁 까맣게 잊어먹고 금강산 구경 가서 일년 만에 돌아온 한량네 정수동 님은 어디가야 만날까. 수표교 자리 깔고 술통을 괴고 앉아 한잔은 술이요 또 한잔은 안주라며 두말 술 다 비워버린 그 한량은 이제 없다. 처용의 가면 쓰고 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