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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寂寞)한 식욕(食慾) - 박목월(朴木月)
모밀묵이 먹고 싶다.
그 싱겁고 구수하고
못나고도 소박(素朴)하게 점잖은
촌 잔칫날 팔모상(床)에 올라
새 사돈을 대접하는 것
그것은 저문 봄날 해질 무렵에
허전한 마음이
마음을 달래는
쓸쓸한 식욕이 꿈꾸는 음식
또한 인생의 참뜻을 짐작한 자(者)의
너그럽고 넉넉한
눈물이 갈구(渴求)하는 쓸쓸한 식성(食性)
(시집 {난(蘭)․기타},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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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향 /김 숙 자
문 밖을 서성이다
담을 넘어도 본다
먼 듯 가까운 듯
향기로 먼저 달려온 봄
지친 날 입술에 맺힌
물집처럼 아리다.
여문 눈길 한 자락
건네 보지 못한 채
짧은 해 마당 가득
흩어 놓은 그 속살내만
가슴에 쓸어 담는다
언약의 징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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