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4. 2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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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寂寞)한 식욕(食慾)   - 박목월(朴木月)

 

모밀묵이 먹고 싶다.

그 싱겁고 구수하고

못나고도 소박(素朴)하게 점잖은

촌 잔칫날 팔모상()에 올라

새 사돈을 대접하는 것

그것은 저문 봄날 해질 무렵에

허전한 마음이

마음을 달래는

쓸쓸한 식욕이 꿈꾸는 음식

또한 인생의 참뜻을 짐작한 자()

너그럽고 넉넉한

눈물이 갈구(渴求)하는 쓸쓸한 식성(食性)

 

(시집 {()기타},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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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향 /김 숙 자

 

문 밖을 서성이다

담을 넘어도 본다

 

먼 듯 가까운 듯

향기로 먼저 달려온 봄

 

지친 날 입술에 맺힌

물집처럼 아리다.

 

여문 눈길 한 자락

건네 보지 못한 채

 

짧은 해 마당 가득

흩어 놓은 그 속살내만

 

가슴에 쓸어 담는다

언약의 징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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