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기 도 구상(具常)
땅이 꺼지는 이 요란 속에서도
언제나 당신의 속사귐에
귀 기울이게 하옵소서.
내 눈을 스쳐가는 허깨비와 무지개가
당신 빛으로 스러지게 하옵소서.
부끄러운 이 알몸을 가리울
풀잎 하나 주옵소서.
나의 노래는 당신의 사랑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내 혀를 닳게 하옵소서.
이제 다가오는 불 장마 속에서
'노아'의 배를 타게 하옵소서.
그러나 저기 꽃잎 모양 스러져 가는
어린 양들과 한 가지로 있게 하옵소서.
(시집 {초토의 시}, 1956)
------------------------------------
잃어버린 수첩/림 혜 미
누가 내 가난한
수첩을 훔쳐 갔을까
훔쳐다가 어디에 버렸을까
꽃과 수풀 하늘과 바다
한 소절 살아온 생애
하얀 번민 그 거미줄을.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6.03 |
---|---|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6.02 |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5.31 |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5.30 |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