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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의 시 - 유 정(柳 呈)
날마다 켜지던 창에
오늘도
램프와 네 얼굴은 켜지지 않고
어둑한 황혼이 제 집인 양 들어와 앉았다.
피라도 보고 온 듯 선득선득한 느낌
램프를,
그 따뜻한 것을 켜자.
얼어서 찬 등피(燈皮)여, 호오 입김이 수심(愁心)되어
가라앉으면
석윳내 서린 골짜구니
뽀얀 안개 속
홀로 울고 가는
가냘픈 네 뒷모습이 아른거린다.
전쟁이 너를 데리고 갔다 한다.
내가 갈 수 없는 그 가물가물한 길은 어디냐.
안개와 같이
끝내 뒷모습인 채 사라지는 내 그리운 것아.
싸늘하게 타는 램프
싸늘하게 흔들리는 내 그림자만 또 남는다.
어느새 다시 오는 밤 검은 창 안에 .
({여원}, 19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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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사의 새 한 마리 /남 재 호
마음 비운 새 한 마리
산사에 살고 있나
맑은 목청 뽑아 들고
앞산이 시리도록
꽃잎에
나무아미타불
돌 위에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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