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6. 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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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의 시 - 유 정(柳 呈)


 


날마다 켜지던 창에


오늘도


램프와 네 얼굴은 켜지지 않고


어둑한 황혼이 제 집인 양 들어와 앉았다.


피라도 보고 온 듯 선득선득한 느낌


램프를,


그 따뜻한 것을 켜자.


얼어서 찬 등피(燈皮), 호오 입김이 수심(愁心)되어


가라앉으면


석윳내 서린 골짜구니


뽀얀 안개 속


홀로 울고 가는


가냘픈 네 뒷모습이 아른거린다.


전쟁이 너를 데리고 갔다 한다.


내가 갈 수 없는 그 가물가물한 길은 어디냐.


안개와 같이


끝내 뒷모습인 채 사라지는 내 그리운 것아.


싸늘하게 타는 램프


싸늘하게 흔들리는 내 그림자만 또 남는다.


어느새 다시 오는 밤 검은 창 안에 .


 


({여원}, 19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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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사의 새 한 마리 /남 재 호





마음 비운 새 한 마리


산사에 살고 있나


맑은 목청 뽑아 들고


앞산이 시리도록


꽃잎에


나무아미타불


돌 위에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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