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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길-소록도로 가는 길- - 한하운(韓何雲)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天安) 삼거리를 지나도
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절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千里), 먼 전라도 길.
({신천지}, 19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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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해오름 /나 순 옥
그 누구의 손이었을까
수평선 샅 힘껏 벌려
햇덩이 건져 올렸다
숨이, 딱!
멈출 듯한 그때
갈매기
재빠른 가위질
탯줄
댕강
잘랐다
온밤 내내 진통으로
벼랑 쥐어뜯던 바다
핏물 흥건히 번진
앞자락 풀어헤치고
촛국도
밀쳐버린 채
곤한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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