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6. 9.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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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념(情念)의 기() - 김남조(金南祚)

 

 

내 마음은 한 폭의 기()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

없는 것 모양 걸려 왔더니라.

 

스스로의

혼란과 열기를 이기지 못해

눈 오는 네거리에 나서면

 

눈길 위에

연기처럼 덮여 오는 편안한 그늘이여,

마음의 기()

눈의 음악이나 듣고 있는가.

 

나에게 원이 있다면

뉘우침 없는 일몰(日沒)

고요히 꽃잎인 양 쌓여가는

그 일이란다.

 

황제의 항서(降書)와도 같은 무거운 비애(悲哀)

맑게 가라앉는

하얀 모랫벌 같은 마음씨의

벗은 없을까.

 

내 마음은

한 폭의 기()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서

때로 울고

때로 기도 드린다.

 

(시집 {정념의 기},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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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 물고기/김 정 희


저 하늘 푸른 연못에 청동 물고기 한 마리

천형(天形)이듯 매달려 만행(卍行)을 꿈꾸며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사진 찍고 있다.


흰구름 가는 길에 얽힌 매듭 살 풀어주고

뎅그랑 정적을 깨며 울려 퍼지는 파장(波長)

그 소리 앞장 세우고

먼 그대 찾아 나선 길.


빈 절간 홀로 지키는 망루가 되었다가

길 잃은 여린 목숨 등대가 되었다가

물결 속 달을 읽는다

원음(圓音)을 노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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