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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 포 - 이형기(李炯基)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을
어깨에서 허리까지 길게 내리친
시퍼런 칼자욱을 아는가.
질주하는 전율과
전율 끝에 단말마(斷末魔)*를 꿈꾸는
벼랑의 직립(直立)
그 위에 다시 벼랑은 솟는다.
그대 아는가
석탄기(石炭紀)의 종말을
그때 하늘 높이 날으던
한 마리 장수잠자리의 추락(墜落)을.
나의 자랑은 자멸(自滅)이다.
무수한 복안(複眼)들이
그 무수한 수정체(水晶體)가 한꺼번에
박살나는 맹목(盲目)의 눈보라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시퍼런 빛줄기
2억 년 묵은 이 칼자욱을 아는가.
* 단말마 : 숨이 끊어질 때의 고통.
* 석탄기 : 고생대 중엽으로 이 시기 후반에 파충류․곤충류가 출현하였다.
(시집 {적막강산}, 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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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김 몽 선
어머니가 웃고 있다
잊은 듯 내 뜨락에
작아도 질긴 목숨
척박한 땅 부여안고
꽃물 든
방물 바구니
햇살 속을 날고 있다.
가물도 족히 품어
낯빛 환한 한 짐 모정(母情)
허기도 남루도
족두리로 씌워 놓고
그 먼 길
돌아 돌아서
어머니가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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