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6. 23.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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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 포 - 이형기(李炯基)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을

어깨에서 허리까지 길게 내리친

시퍼런 칼자욱을 아는가.

 

질주하는 전율과

전율 끝에 단말마(斷末魔)*를 꿈꾸는

벼랑의 직립(直立)

그 위에 다시 벼랑은 솟는다.

 

그대 아는가

석탄기(石炭紀)의 종말을

그때 하늘 높이 날으던

한 마리 장수잠자리의 추락(墜落).

 

나의 자랑은 자멸(自滅)이다.

무수한 복안(複眼)들이

그 무수한 수정체(水晶體)가 한꺼번에

박살나는 맹목(盲目)의 눈보라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시퍼런 빛줄기

2억 년 묵은 이 칼자욱을 아는가.

 

* 단말마 : 숨이 끊어질 때의 고통.

* 석탄기 : 고생대 중엽으로 이 시기 후반에 파충류곤충류가 출현하였다.

(시집 {적막강산}, 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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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김 몽 선



어머니가 웃고 있다

잊은 듯 내 뜨락에

작아도 질긴 목숨

척박한 땅 부여안고

꽃물 든

방물 바구니

햇살 속을 날고 있다.


가물도 족히 품어

낯빛 환한 한 짐 모정(母情)

허기도 남루도

족두리로 씌워 놓고

그 먼 길

돌아 돌아서

어머니가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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