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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의 위안 - 조병화(趙炳華)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지금은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 데 있고
흘러가는 한 줄기 속에
나도 또 하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비벼 대며 밀려 가야만 한다.
눈을 감으면
나와 가까운 어느 자리에
싸리꽃이 마구 핀 잔디밭이 있어
잔디밭에 누워
마지막 하늘을 바라보는 내 그 날이 온다.
그 날이 있어 나는 살고
그 날을 위하여 바쳐 온 마지막 내 소리를 생각한다.
그 날이 오면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시방은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시집 {하루만의 위안},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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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김 수 자
실버들 속잎 트고 백 매화 함박웃음
비둘기 날개위로 쏟아지는 부신 햇살
덩달아 마음 문 열고 심호흡을 해 본다.
수 없이 맞고 보낸 어제 그리고 내일
오롯한 나의 것은 이 순간임을
일깨움 섬광과 같은 찬란한 이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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