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울음이 타는 가을 강(江) - 박재삼(朴在森)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사상계}, 1959.2)
---------------------------------------
매화사(梅花詞)/김 양 수
삼동이 매서워도
말이 없던 저 기품
휘어진 등줄기에
인고의 업보를 지고
저만치
안개 낀 산하를
미소로 돌아보나.
노도 같은 한 세월을
꺾어 넘긴 그 의지로
한사(寒士)의 고저(孤節)마저
눈 속에 삭혀내어
기어이
옹이진 마디에
흰 등불을 달았구나.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6.17 |
---|---|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6.16 |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6.13 |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6.10 |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