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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김종삼(金宗三)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물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아닌 시인이라고.
(시집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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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파도/김 기 석
나는 섬 그는 파도 순명이 등등한데
파도가 높아지면 섬도 같이 솟아올라
맞닿은 파도 자리에
둘이 서로 부서진다
삭지 못한 가슴앓이 조약돌로 굴려놓고
우려 온 세월 뒤에 서리 맞은 억새꽃
당기고 밀린 바다에
그림자만 검구나
노을은 어느 사이 독백에 물이 들고
극성떠는 파도는 물러설 기미 없어
어물쩍 돌아앉은 섬
파도소리 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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