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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 신경림(申庚林)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문학예술}, 19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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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최 길 하
하느님도 어쩌다 바람을 피우셔서
마음에 그림자를 품어안고 사신다
남몰래 늦동이 딸을 키우시며 사신다
소슬한 가을 저녁 바람도 맑은 날엔
국화꽃 그늘로 말끔히 닦으시어
반쪽은 가슴에 품고 반쪽은 걸리시고
어스름 오솔길 앞개울 맑은 물에
초롱불 앞세워 마실길도 다니시고
때로는 오동잎 뒤에 숨어도 보시고
그래도 지쳐서 서글푼 날엔
서쪽 하늘 기러기 울고 간 그늘 뒤에
눈썹도 곱게 다듬어 등불을 돋우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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