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7. 1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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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罷場) - 신경림(申庚林)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먹걸리들 들이키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약장사 기타 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 색시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 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창작과 비평} 가을호,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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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차 도 연


수 천

수만 밤을

온 몸 열어 보여도

반천(半天)의 저 사랑은

손길 한번 주지 않네

이 밤도

애를 태우는

눈웃음만 흘리고


희부연

새벽빛에

반 감았던 눈을 뜨며

제 몸짓 부끄러워

사위(四圍)를 둘러보곤

미련을

접지 못하고

풀린 옷깃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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