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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罷場) - 신경림(申庚林)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먹걸리들 들이키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약장사 기타 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 색시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 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창작과 비평} 가을호,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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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차 도 연
수 천
수만 밤을
온 몸 열어 보여도
반천(半天)의 저 사랑은
손길 한번 주지 않네
이 밤도
애를 태우는
눈웃음만 흘리고
희부연
새벽빛에
반 감았던 눈을 뜨며
제 몸짓 부끄러워
사위(四圍)를 둘러보곤
미련을
접지 못하고
풀린 옷깃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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