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화살 - 고은(高銀)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우리 모두 숨 끊고 활시위를 떠나자.
몇 십 년 동안 가진 것,
몇 십 년 동안 누린 것,
몇 십 년 동안 쌓은 것,
행복이라던가
뭣이라던가
그런 것 다 넝마로 버리고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이 소리친다.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저 캄캄한 대낮 과녁이 달려온다.
이윽고 과녁이 피 뿜으며 쓰러질 때
단 한 번
우리 모두 화살로 피를 흘리자.
돌아오지 말자!
돌아오지 말자!
오 화살 정의의 병사여 영령이여!
(시집 {새벽 길}, 1978)
--------------------------------
어머니와 흰 고무신/우 숙 자
가슴에 스며오는 어린 날의 그 목가여
오이씨 버선발에 윤나던 대청마루
댓돌에 나란히 놓였던 그리움의 흰 고무신.
달빛 자락 가득가득 앞마당을 덮어 놓고
장독대 반들반들 가슴 안의 고향이여
아직도 어머니 말씀이 나직나직 들려오네.
풀꽃이 어우러진 눈부신 동산 위에
초록별 영접하며 예쁜 꽃신 찍힌 자욱
동그란 추억의 성에 어린 날이 울고 가네.
목마른 시간 속에 하이얀 그리움이
오늘도 동구 밖을 서성이고 있구나
한 뼘의 석양빛 속에 누워 계실 어머니여.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7.26 |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7.25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7.21 |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7.20 |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