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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끼리 모여 산다 - 조병화 -
낙엽에 누워 산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지나간 날을 생각지 않기로 한다.
낙엽이 지는 하늘가에
가는 목소리 들리는 곳으로 나의 귀는 기웃거리고
얇은 피부는 햇볕이 쏟아지는 곳에 초조하다.
항시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나는 살고 싶다.
살아서 가까이 가는 곳에 낙엽이 진다.
아, 나의 육체는 낙엽 속에 이미 버려지고
육체 가까이 또 하나 나는 슬픔을 디디고 돌아온다.
비 내리는 밤이면 낙엽을 밟고 간다.
비 내리는 밤이면 슬픔을 디디고 돌아온다.
밤은 나의 소리에 차고
나는 나의 소리를 비비고 날을 샌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낙엽에 누워 산다.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슬픔을 마시고 산다.
-<하루만의 위안>(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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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도 얼릴 수 있을까 오명순
슬픔을 꽁꽁 싸서 냉동실에 넣어둘까
그러면 감히 저도 고개를 조아릴까
냉동실 한켠에 숨어 싸늘하게 숨을까
차갑게 식어버려 돌덩이 되버리면
무시로 시려지는 이 가슴 따습을까?
슬픔도 시간 지나면 얼릴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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