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납작납작 - 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 김혜순 -
드문 드문 세상을 끊어내어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걸어 놓고 바라본다.
흰 하늘과 쭈그린 아낙네들이
벽 위에 납작하게 뻗어 있다.
가끔 심심하면
여편네와 아이들도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붙여 놓고
하나님 보시기 어떻습니까?
조심스럽게 물어 본다.
발바닥도 없이 서성서성.
입술도 없이 슬그머니.
표정도 없이 슬그머니.
그렇게 웃고 나서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마르기.
그리곤 드디어 납작해진
천지 만물을 한 줄에 꿰어 놓고
가이없이 한없이 펄렁펄렁.
하나님, 보시기 마땅합니까?
-<또 다른 별에서>(1981)-
-------------------------------------------------
연어 이야기
-어느 종군 위안부에 드리는 시 - 김 원 -
흐르는 강을 보고 역사라 했던가
흐린 강도 역사요 굽은 강도 역사라면
연어는 그 강에 실려 바다까지 갔으리.
열강의 파고들이 부딪치는 바다의
칠흑같은 어둠 속을 지향없이 쫓겨가며
약소한 어머니 강을 연어는 보았으리.
물의 길이 끝나자 하늘길이 열리던가
청자 하늘 흰 옷 구름 언뜻 언뜻 앞서가는
살 냄새 핏줄을 찾아 되돌아 온 연어여!
치욕의 몸을 안고 모천으로 돌아 온 날
애증의 새끼들을 자갈밭에 뿌려놓고
연어는 하늘을 덮고 웃는 듯이 잠들다.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7.06.29 |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7.06.28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7.06.26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7.06.23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7.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