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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임기종 2023. 11. 2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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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엇난다

홍안(紅顔)을 어듸 두고 백골(白骨)만 뭇쳣난다.

() 잡아 권()하리 업스니 글을 슬허하노라

 

이 작품에 대해 유몽인의 어우야담에는 백호(白湖) 임제가 황진이(眞伊)의 무덤에서 제사를 모실 때 부른 노래란 기록이 있다.

 

금송도대로변(今松都大路邊) 유진이총(有眞伊塚)

임자순(林子順) 위평안평사(爲平安評事)

위문제진이(爲文祭眞伊) 졸피조평(卒被朝評)

 

송도 길가에 황진이 묘가 있어

평안평사 임자순이 글을 지어 제를 올렸다.

이로 인해 조정의 비판을 받았다.

 

화무는 십일홍인가, 절세 미인도 죽으니 무덤위엔 잡초만 우거졌구나.

, 허망한 인생. 그 아름답던 자태, 그 청아한 노랫소리, 눈에 삼삼하고 귓가에 쟁쟁한데 정녕 그대는 죽었단 말인가?

아니면 나를 놀래 주려고 짐짓 누워 있는 것인가?

 

사실 임제는 황진이 보다 10여세 아래였다. 그리고 양반인 정부관리였지만 황진이는 일개 기생에 불과 했다. 

조선시대의 엄격한 반상구조에서 조정의 관리가 기생의 묘에 술을 붓고 추모했다는 것은 획기적인 사실이다.

임제가 기생 황진이를 기렸겠는가. 아니다. 임제는 황진이의 인품과 그녀의 시와 사상을 높이 산 것이다.

임제 같은 이런 이들이 반만년 우리의 역사에서 시를 있게 한  근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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