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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이 옥이라 해서

임기종 2023. 9. 2.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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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이 옥이라 해서 반옥(半玉)인가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진옥(眞玉)임이 분명하다

나에게 살 송곳 있으니 뚫어 볼가 하노라. - 송강 정철

 

정철의 노래가 끝나자 마자 진옥이 지체없이 거문고에 손을 올린 채 받는다.

 

()이 철()이라 해서 섭철(攝鐵)인줄 알았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정철(正鐵)일시 분명하다.

나에게 골풀무 있으니 녹여볼까 하노라. - 진옥

 

송강(松江)은 정철(鄭澈)의 호다. 정철은 가사문학의 대가(大家). 중종 311536년 태어나 선조 261593년에 죽었다. 그의 부친과 조부가 병조판서, 김제군수 등을 지낸 유명한 집안출신이다. 큰 누님이 인종의 귀인이었고 둘째 누님은 계림군의 부인이다.

송강의 나이 10세 때 매부 계림군이 을사사화로 처형되고 부친은 유배되었다. 그런 그가 명종1616세로 진사시험에 1등으로 관로에 오른다.

정철은 성격이 강직, 결백해 법을 고집하고 바른 소리를 잘해 임금 명종의 비위를 자주 거스려 고관의 지위에는 오르지 못한다. 그 후에도 정철은 당쟁에 휘말려 어려운 관직생활을 계속했다.

시조집 권화악부(權花樂府)에 정송강여진옥상수답(鄭松江與眞玉相酬答)이란 기록이 있다. 정송강과 기생 진옥이 주고받은 이야기란 말이다.

송강이 56세 때, 이산해의 계략에 빠져 광해군을 세자로 책봉하자고 건의한다. 그러나 신성군을 염두에 두고 있던 선조의 노여움을 사 유배된다. 선조는 그를 파직시켜 유배 보내면서 정철을 향해 대신이 주색에 빠져 있으니, 나랏일을 올바로 하겠는가하며 안타까워 했다한다.

선조가 56세의 늙은 재상에게 노골적으로 꾸중하는 것을 보면 정철은 술과 여자에 심하게 빠져 있었던 모양이다. 한 때 율곡 이이도 그에게 제발 술을 끊고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충고했을 정도였다. 반면에 술을 좋아하였던 송강은 취하면 그 취기를 바탕으로 그 같이 빼어난 산문과 절편의 시를 뽑아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유배된 그는 진주와 강계 등으로 이배되었다가 57세 때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풀려나 평양에서 의주까지 왕을 호종하기도 하였다. 유배지 강계에 있을 때 노재상의 말년을 쓸쓸하지 않게 위로해준 진옥이라는 미모의 재기 발랄한 기생이 있었다.

정철은 놀랐다. 송강의 시조에 자자구구 대구 형식으로 서슴없이 불러대는 진옥, 그녀는 정녕 뛰어난 시인이었다. 두 사람의 은유적 표현 역시 뛰어난다.

반옥은 진짜 옥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모조 옥()이다.

진옥(眞玉)은 참옥()을 말하고 기생 진옥(眞玉)의 이름을 가리키는 것이다.

살 송곳은 살()송곳으로 남자의 성기(性器)를 은유하고 있는데, 진옥은 쉽게 그 뜻을 알아낸 것이다.

그뿐 아니라 한 술 더 뜬다.

반옥에 대해서 섭철(), 진옥(眞玉)에 대해서는 정철(正鐵), 살송곳에 대한 골풀무의 대()는 놀라운 기지요, 재치와 해학이다.

섭철()은 잡것이 섞인 순수하지 못한 쇠요, 정철(正鐵)은 잡것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쇠를 뜻한다.

철은 송강 정철(鄭澈)의 이름을 가리키고 골풀무는 불 피우는데 바람을 불어 넣는 풀무다.

이것은 남자를 녹여내는 여자의 성기(性器)를 은유하고 있다.

이만하면 진옥은 이름그대로 뛰어난 명기(名妓).

이날 밤, 송강과 진옥은 뜨겁게 정염을 불태웠다. 송강의 살 송곳이 진옥의 골풀무 속에서 완전히 녹아져 내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보다도 골풀무라는 표현을 썼을 뿐 실제로는 진옥의 젊은 육체는 용광로보다 더 뜨겁게 활활 타올랐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쉰여섯 노 재상 송강의 건강을 염려했던 진옥이 부드럽게 자신의 골풀무 불살을 조절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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