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카테고리/내가 좋아 하는 시. 시조

아 ~ 이매창

임기종 2023. 8. 1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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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창이 뜸을 가다

 

이화우 흩뿌릴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여태도 잊지 못해 눈()물 짓고 계시는가

초라한 무덤 위에는 반쯤 녹은 눈()물이.

 

사무친 그리움이 여지껏 그대론지

봉분은 눈에 덮혀 쓸쓸히 젖어있고

길손이 돌아본 자리 겨울바람 차갑다.

 

황진이(黃眞伊) 묘를 찾은 백호의 마음으로

매창(梅窓)의 제단위에 술 한잔 올릴까나

아서라, 님 향한 마음만 남겨두고 떠나리.

 

 

~ 이매창(李梅窓)

 

부귀도 싫소이다 명예는 남의 것이

나이는 숫자러라 님 사랑 오직 그뿐

이화우(梨花雨) 뿌려지던 날 그림이 그려지오.

 

사랑이 어떻더뇨 길더뇨 자르더뇨

지순(至純)한 이 사랑을 차지한 이 누군가

유희경(劉希慶) 이름석자를 이화우(梨花雨)가 적신다.

 

거문고 비껴 안고 님 그리던 그 시간은

일각(一角)이 여삼추(如三秋)라 검은머리 희었소

상사(想思)로 저문 그대를 해어화(解語花)라 부르리.

 

 

~ 유희경(劉希慶)

 

당신이 부럽구려 촌은(村隱) 유희경 님

꽃다운 어린기생 가슴에 품어 안고

행여나 천한 기쁨에 잠 설치진 않으셨소?

 

남자로 태어나서 이런 여인 마다할까

계산속 물든 정념(情念) 하도 지친 세상인데

매창(梅窓)의 지순(至純)한 사랑 한 몸에 받으셨소.

 

수백년 지난 지금 그 사랑 안타까워

() 없는 어른여도 어제 뵌 듯 반가워

당신의 귀한 함자(銜字)를 가슴에 새깁니다.

 

 

해어화(解語花)

 

사랑이 무어더냐 인생이 어떻더냐

나이는 숫자러라 마음 쓸 일 아니로다

진정(眞情)은 통한다더라 그게 바로 사랑()이라

 

수백년 넘어서서 님 생각 하는 지금

얄팍한 요즘 사랑 작은 정()도 안보여

해어화(解語花) 그 꽃 그리며 먼 하늘 바라본다.

 

 

해어화(解語花) 2

 

사랑이 무어더냐 인생이 어떻더냐.

나이는 숫자러라 마음 쓸 일 아니더라

은근한 느낌의 여운 그게 바로 정()이더라

 

수백년 지난 지금 님 다시 생각하니

얄팍한 요즘 사랑 작은 정()도 아쉬워

이매창 당신 그리며 먼 하늘 바라본다.

(부안 이매창 묘소에서)

 

당대 최고의 여류시인 매창에게는 연인이 있었다. 바로 촌은(村隱) 유희경(劉希慶)이다.

허균은 촌은을 가리켜 본래 노예출신인데 성품이 청정해 주인 섬김이 충성스럽고 시에 능했는데 원숙하고 순수했다고 밝혔다.

유희경(劉希慶)은 자를 응길(應吉), 호를 촌은(村隱)이라 하며 본관은 강화로 조선조 대시인이요 유명한 학자다. 효자로 유명했고 예()와 상례(喪禮)에 밝아 국상에서부터 평민들의 장례에 이르기까지 그에게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선조 25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을 모아 관군을 도운 공으로 통정대부가 됐고 광해군 때는 폐모 상소 올리기를 거부한 후, 은거하여 후학을 가르쳤다.

이 유명한 당대의 대시인이요 풍류객을 흠모하는 여인이 있었으니 바로 기생 매창이다.

 

매창의 묘는 부안읍 사람들이 돌보기전에는 나무꾼들이 돌아가면서 벌초도 하면서 돌봤다. 유랑극단과 가극단이 부안에서 공연할 때는 먼저 매창의 무덤을 찾아 한바탕 신명나게 놀면서 대시인의 넋을 기린다고 한다. 기생 매창을 자신의 선배로 인식하고 예를 갖춘 것이다.

1974427일 매창기념사업회에서 시비를 다시 세웠다. 그녀의 묘는 1983년 지방기념물 65호로 지정됐다.

20122월 어느 날 필자도 그 곳을 찾았다.

필자는 그녀에게 술잔을 올리는 마음으로 자작시를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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