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늙은 부부에게 아들 오형제가 있었다. 하루는 이놈들이 모여 의논한다.
“ 저 늙은이들은 우리 오형제만 해도 넉넉한데 밤마다 잠자리를 하니 만일 또 동생을 보게 되면 우리가 업어 키우고 똥오줌도 받아내야 할 거야. 그러니 이제부터 밤마다 망을 봐서 두 분이 동침하지 못하게 하자”
이렇게 해서 매일 오형제가 돌아가면서 망을 보니 늙은 부부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하루는 밤이 깊어 망을 보던 막내가 꾸벅 꾸벅 졸자 이를 본 부부는 이때다 싶어 서로 껴안는다. 그러자 막내가 놀라 깨어
“ 어머니, 날이 밝지도 않았는데 아버지를 배위에 태우고 어딜 가시려고 하시오”
하고 말하니 후닥닥 떨어진다. 부모가 곰곰이 생각하던 중 한 꾀가 떠올랐다.
“ 이놈들아, 내일 새벽 일찍 모두 나가 하루 종일 소를 먹이고 오너라”
뒷날 아침 오형제는 소를 먹이러 가는척하고 밖에 숨어 부모가 하는 말을 엿듣는다. 부부 둘만 남은 방안에서 아버지가 엄마의 눈썹을 만지면서
“ 이것은 무엇인고”
하니 어머니가 답한다.
“팔자문(八字門)이오”
이번엔 눈을 가리키면서
“이것은 무엇이뇨”
“ 망부천(望父泉 지아비를 기다리는 샘)이로소이다” .
다음에는 코를 가리키면서
“ 이것은 무엇이뇨”.
“ 감신현(甘辛峴 달고 신 고개)이로다”
아버지는 즐거워하면서 입을 가리킨다.
“ 이것은 무엇인고”.
“ 그건 토향굴(吐香窟 향기를 토하는 굴)이지요”
턱을 만지면서
“ 이것은 ?”
하고 묻자
“ 사인암(舍人岩)”
아버지는 흥에 겨워 어머니의 유방을 만지면서 눈짓을 하자
“ 쌍운령(雙雲嶺 쌍둥이 구름고개) 올시다”
하는 것이다. 밖에서 엿듣는 오형제는 웃음을 간신히 참는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배를 쓰다듬으면서
“ 이건 ?”
하자,
“ 유선곶(遊船串 놀이배가 닿는 곳)이요”
하고 답한다. 유선곶 아래 불룩한 둔덕을 만지면서
“이건 무엇이요 ?”
“ 옥문산(玉門山)도 모르십니까 ?”
하고 반문한다. 다음에 그 아래 검은 숲을 가리키면서
“ 요건 무엇인고 ?”
“ 감초전(甘草田 달콤한 풀이 자라는 밭)이지요”
아버지가 약간 숨을 거칠게 쉬며 감초전 안을 가리킨다. 그러자 어머니는
“ 온정수(溫井水 따뜻한 샘물)입니다” 하면서 서로 희희닥 거린다. 곧이어 어머니가 아버지의 물건을 만지면서
“ 이것은 무엇이오 ?”
“ 그것은 주상시(朱常侍 항상 붉으스레한 물건)라”
불알을 만지며
“ 이것은 무엇인가요 ?”
“ 그것은 홍동씨 (紅同氏 붉은색 쌍둥이)형제가 아니뇨”
하는 것이다. 더 이상 가만히 있다가는 동생이 생길 판이다. 이때 다섯 형제가 한꺼번에 방문을 열고 들이닥친다. 아버지가 깜짝 놀라
“ 이놈들아 하루 종일 소를 먹이라고 했는데 벌써 돌아오면 어쩌냐”
하고 화를 낸다. 아들놈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
“ 야속합니다. 지금까지 소를 배불리 먹이고 목욕까지 시켰는데 칭찬은 못할망정 오히려 꾸짖으시다니요”
그러자 아버지가
“ 이놈들아, 네놈들이 나간 지 반식경도 안됐는데 어디서 풀을 먹이고 어디서 목욕을 시켰단 말이냐. 이 주리를 틀 놈들아”
그러자 오형제가 일제히
“ 처음에 팔자문을 거쳐 망부천, 감신현을 지나 토향굴, 사인암을 거쳐 어렵게 쌍운령을 넘은 후에 유선곶을 건너 옥문산에 올랐다가 감초전에서 실컷 먹이고 온정수에서 목욕을 시켰나이다”
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노발대발하면서 막대기를 들고 쫓아가면서 묻는다.
“ 어떤 놈이 보았느냐 ?”
아들놈들이 깔깔거리고 도망가면서
“ 왜요, 다 보았는데요. 주상시 홍동씨 형제가 입증할 것입니다”
-고금소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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