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재상집에서 사위를 맞이하는 날 여러 재상이 모이니 옛날 우리나라 풍속에 아들 많이 낳고 금실이 한없이 좋은 사람으로 붉은 촛불을 밝히게 하는 것이 하나의 예의라. 사위가 장차 당도하매 주인 재상이 좌중에 복이 많은 재상을 가려 촛불을 밝히려고 하니 한 여종이 바삐 나와 제지해 말하는데
"바야흐로 촛불을 밝히려는 분은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하는데 마침 무더운 여름철이다. 그때 얼굴빛이 마르고 누런데 머리에는 개가죽을 쓰고 귀를 가렸으며 몸에는 감색 도포를 입고 허리에는 작은 몽둥이 하나를 찬 한 서생이 안에서 절룩거리며 걸어 나와 초에 불을 붙인다. 그 후 곧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니 여러 재상들이 괴상히 여겨 주인집의 여종을 불러 물어 묻는다.
"아까 촛불을 켠 자는 누구냐?"
여종이 나아가 꿇어앉아 대답하는데
"이는 주인집의 맏사위올시다. 그분이 이 댁 맏 따님과 더불어 한 방에 사시는 것이 이제 30여 년에 이르되 동쪽으로는 흥인문을 나가지 않았고 서쪽으론 사현(沙峴)을 넘지 않았으며 남으론 한강을 건너지 않았고 북으론 장의문(壯義門)을 본적이 없습니다. 또 다락 아래 방을 지켜 잠시라도 떨어져 본 일이 없으며 심지어 월경대(月經帶)까지도 친히 매드리니 그 금실의 두터움이 이에 지남이 없을 것이온데 정경마님 부인의 뜻이 다 이 서방님이 촛불 켜기를 바랐던 것이옵니다"
여러 재상이 웃음을 머금고 서로 돌아다보며 묻는다.
"그 사위의 허리에 찬 조그만 몽둥이는 무엇이냐"
하니 여비가 대답하기를
"소저(小姐)의 혼당이 만약 더러워지면 낭군께서 반드시 빨래방망이를 풀어 손수 빨래해 드리는 것입니다."
하니 여러 재상들이 듣고 졸도치 않는 이가 없었다. -명엽지해(蓂葉志諧)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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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에서 공처가의 유형을 다음 7가지로 나눈 것을 본적이 있다.
애처가(愛妻家)는 아내를 끔찍히 사랑하는 사람이고
호처가(好妻家)는 아내를 지극히 좋아하는 사람이며
공처가(恐妻家)는 아내에게 꼼짝 못하고 눌려 지내는 사람을 말하고
종처가(從妻家)는 아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하는 사람이다.
진처가(震妻家)는 아내를 보면 벌벌 떠는 사람이며
경처가(驚妻家)는 아내를 볼 때 깜짝깜짝 놀라는 사람이고
빙처가(氷妻家)는 아내를 보면 얼어 버리는 사람이라고 한다.
물론 웃자고 한 말임에 틀림이 없다.
부부사이란 기차 철로와 같은 것이다. 철로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있어야 한다. 너무 가까이 해도 나쁘고 너무 떨어져도 안된다. 이를 어기면 기차가 탈선하기 때문이다. 이같이 부부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 존경하고 아끼면서 살아야 한다.
부부관계가 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 예일대학교 로니 타워박사 연구팀이 6년동안 65세 이상 3백5쌍의 부부들을 대상으로 관찰한 결과 부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공처가 또는 애처가의 수명이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타워 박사팀은 남편과 부인이 서로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경우, 남편이 부인에게 의존하는 경우, 부인이 남편에게 의존하는 경우, 남편과 부인 모두 서로 의존하지 않는 경우 등 4가지로 분류해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6년 뒤 수명을 조사한 결과 부인이 남편에게 의존하는 전통적인 부부관계 아래서 남자가 가장 장수하고 부인도 약간 더 오래 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인에게 의존하는 남편의 수명이 가장 짧았고 성격이 강해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는 부부는 모두 전통적 부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부인에게 의존하는 남편의 수명이 짧은 이유는 부인이 일찍 죽을지 모른다는 걱정에 남편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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