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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레 종
삶의 흠(欠) 메꾸려고 아기를 바쳤을까
누구의 탓이더냐 서러운 이 떨림은
육보시(肉布施) 마치고 나니 첫 울음이 ‘에밀레’
살생은 죄악이라 수행(修行)의 길(道)일진데
아기의 설운 넋을 떨림으로 느끼니
‘에밀레’ 울음소리가 이명(耳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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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신라 혜공왕이 자신의 할아버지 성덕대왕신종을 만들 때 시주받았는데,
시주하러 다니던 스님이 들른 어떤 한 집은 찢어지게 가난했다.
그 집에서는 과부 아낙이 아기와 같이 있었는데
'마음 같아서는 시주하고 싶지만 있는 건 갓난아기뿐이네요’
라고 아기라도 시주받아 가겠냐는 투로 말했다.
스님은 이 말을 듣고 다른 곳으로 떠나 열심히 시주를 받아 종 주조에 보탰다.
그런데 종이 도무지 완성되질 않아 점을 쳐 보니
'받아올 시주를 받아오지 않았다'라는 게 아닌가?
살펴보니 저 아기를 시주하겠다던 집밖에 안 남기에
그 아이를 받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스님은 아이를 시주한다던 그 집을 찾아가 여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빼앗듯이 강제로 데려왔고 울음을 삼키며 아이를 쇳물에 던진 뒤
종은 무사히 완성되었다.
이후 종은 어미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소리처럼
에미일레라('어미의 탓이다'라고 원망한다는 해석도 있다.)하고 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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