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리얼리즘을 추구하여 19세기 프랑스 화단에서 독자적인 미술세계를 개척한 드가. 젊었을 때의 그는 화사하고 아름다운 옷을 입고 파리의 경마장을 열심히 드나들고, 메일 밤 오페라 극장에 나타나 분장실을 얼쩡거리는, 누가 보기에도 천박한 난봉꾼 같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즐기기 위해 경마장이나 오페라 극장을 나다닌 것이 아니었다. 무대에 선 무용수나 달리는 말처럼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들의 순간적인 동작에 화가로서 흥미를 갖고 , 그것에서 여러 가지 모티프를 얻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경주마를 즐겨 그렸는데, 기존의 화가나 조각가처럼 달리는 말의 모습을 상상으로 그려내는 것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경마장에 40대의 카메라를 세워 말이 지나갈 때 자동적으로 셔터가 눌리게끔 해 두고, 기계를 통해 순간순간 말의 정확한 움직임을 확인했다. 그 결과 그의 그림은 달리는 말의 모습을 잘못 그리던 기존 화가들의 오류를 바로잡고, 화폭에 생생한 박진감을 불어넣었던 것이다.
좀 길지만 플로베르의 말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나타내는 단어는 단 한 가지밖에 없다. 그것을 살리는 것은 하나의 동사밖에 없다. 그것을 형용하는 것은 하나의 형용사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단어, 그 동사, 그 형용사를 발견할 때까지 찾아야 한다.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적당한 것으로 만족하거나 교묘하게 말해서 속이거나 말의 요술을 부려서 바꿔쳐서는 절대로 안 된다."
문학에서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작가는 단 하나밖에 없는 단어를, 동사를, 형용사를 찾아 피투성이가 되도록 몸부림친다. 그것을 찾기 위한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 마침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다. 작가는 글을 쓰는 일이 직업이니 적당하게 속이거나 교묘하게 요술을 사용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는 높은 예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 회화의 세계에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비록 천박한 난봉꾼이라거나 40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말을 찍어 때는 촬영이 헛 껍데기 허세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쏟아지더라도, 그런 것은 둘째 문제일 뿐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무용수나 질주하는 말의 생태를 올바르게 포착하려면 그럼 비난이나 비방을 초월한 뼈를 깎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 자신이 항상 내부적으로 타오르는 예술에 대한 정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동시에, 좀처럼 극복하기 어려운 세속의 손가락질을 뛰어넘는 용기가 늠름하게 넘쳐흘러야 한다. 화폭에 새로운 박진감을 담아 일세를 풍미한 드가의 이 조그만 일화는 언제든지 안이하게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우리를 엄하게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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