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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컵 - 박목월(朴木月)
빈 것은
빈 것으로 정결한 컵.
세계는 고드름 막대기로
꽂혀 있는 겨울 아침에
세계를 마른 가지로
타오르는 겨울 아침에.
하지만 세상에서
빈 것이 있을 수 없다.
당신이
서늘한 체념으로
채우지 않으면
신앙의 샘물로 채운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나의 창조의 손이
장미를 꽂는다.
로오즈 리스트에서
가장 매혹적인 죠세피느 불르느스를.
투명한 유리컵의
중심에.
(시집 {무순},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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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잔 /양 점 숙
지게미의 세상 맹물에도 잔은 넘쳐
오줌독 오기마저 잔술로 받아낸
뒤꿈치 묻어온 술내 봉화처럼 붉었다.
그림자 굵은 푸서리의 바람 속에서
정수리 뭉개지던 풋바심에 죽사발
술잔에 멍석말이한 세월 뼈대마저 노랗다.
뿌리 뽑힌 먹 장승 모로 누운 저녁엔
아버지의 사진첩, 삭정 끝에 달로 뜰고
흐려온 봄밤의 그림자 장지문 밖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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