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8. 1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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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길 - 김지하(金芝河)

 

간다

울지 마라 간다

흰 고개 검은 고개 목마른 고개 넘어

팍팍한 서울 길

몸 팔러 간다

언제야 돌아오리란

언제야 웃음으로 화안히

꽃피어 돌아오리란

댕기 풀 안쓰러운 약속도 없이

간다

울지 마라 간다

모질고 모진 세상에 살아도

분꽃이 잊힐까 밀 냄새가 잊힐까

사뭇사뭇 못 잊을 것을

꿈꾸다 눈물 젖어 돌아올 것을

밤이면 별빛 따라 돌아올 것을

간다

울지 마라 간다

하늘도 시름겨운 목마른 고개 넘어

팍팍한 서울 길

몸 팔러 간다

 

(시집 {황토},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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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 소묘/리 인 성


담쟁이 넝쿨 덮인

돌담길을 돌아가니

산기슭에 숨어있는

정감어린 초가 한 채

앞마당

모서리에는 접시꽃이 웃고 섰다.


뒷걸에 감나무는

팔을 벌려 인사하고

상큼한 솔향기는

가슴으로 반기는데

골자기

졸졸 물소리는 모든 잡념 담아간다.


저만치 오솔길에

노송들이 총총한데

고풍스런 나무하나

긴 그림자 들고 와서

지붕에

깔아 놓으니 번뇌하나 못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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