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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길 - 김지하(金芝河)
간다
울지 마라 간다
흰 고개 검은 고개 목마른 고개 넘어
팍팍한 서울 길
몸 팔러 간다
언제야 돌아오리란
언제야 웃음으로 화안히
꽃피어 돌아오리란
댕기 풀 안쓰러운 약속도 없이
간다
울지 마라 간다
모질고 모진 세상에 살아도
분꽃이 잊힐까 밀 냄새가 잊힐까
사뭇사뭇 못 잊을 것을
꿈꾸다 눈물 젖어 돌아올 것을
밤이면 별빛 따라 돌아올 것을
간다
울지 마라 간다
하늘도 시름겨운 목마른 고개 넘어
팍팍한 서울 길
몸 팔러 간다
(시집 {황토},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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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 소묘/리 인 성
담쟁이 넝쿨 덮인
돌담길을 돌아가니
산기슭에 숨어있는
정감어린 초가 한 채
앞마당
모서리에는 접시꽃이 웃고 섰다.
뒷걸에 감나무는
팔을 벌려 인사하고
상큼한 솔향기는
가슴으로 반기는데
골자기
졸졸 물소리는 모든 잡념 담아간다.
저만치 오솔길에
노송들이 총총한데
고풍스런 나무하나
긴 그림자 들고 와서
지붕에
깔아 놓으니 번뇌하나 못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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