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8. 1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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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으로 가는 길 - 정호승(鄭浩承)

 

내 진실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낯선 새 한 마리 길 끝으로 사라지고

길가에 핀 풀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데

내 진실로 슬픔을 어루만지는 사람으로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슬픔으로 걸어가는 들길을 걸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 하나

슬픔을 앞세우고 내 앞을 지나가고

어디선가 갈나무 지는 잎새 하나

슬픔을 버리고 나를 따른다.

내 진실로 슬픔으로 가는 길을 걷는 사람으로

끝없이 걸어가다 뒤돌아보면

인생을 내려놓고 사람들이 저녁놀에 파묻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하나 만나기 위해

나는 다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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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비 내리는 날/김 의 식

 

산허리 휘감고도 저린가슴 열지못해

안개도 비도 아닌 풀어헤친 물비늘

도무지 알 수 없어라

이른봄의 저 반란

 

닦고나면 마알같게 되살아난 기억들도

순간을 잡지못해 망각으로 돌아서서

헛손질 다시 닦으면

촉수 높은 내일될까

 

고요가 맥풀린 듯 온 세상이 꿈결이라

실개천 땅버들도 실눈뜨면 피리불까

창밖은 미로의 궁전

안개비에 취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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