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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으로 가는 길 - 정호승(鄭浩承)
내 진실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낯선 새 한 마리 길 끝으로 사라지고
길가에 핀 풀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데
내 진실로 슬픔을 어루만지는 사람으로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슬픔으로 걸어가는 들길을 걸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 하나
슬픔을 앞세우고 내 앞을 지나가고
어디선가 갈나무 지는 잎새 하나
슬픔을 버리고 나를 따른다.
내 진실로 슬픔으로 가는 길을 걷는 사람으로
끝없이 걸어가다 뒤돌아보면
인생을 내려놓고 사람들이 저녁놀에 파묻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하나 만나기 위해
나는 다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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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비 내리는 날/김 의 식
산허리 휘감고도 저린가슴 열지못해
안개도 비도 아닌 풀어헤친 물비늘
도무지 알 수 없어라
이른봄의 저 반란
닦고나면 마알같게 되살아난 기억들도
순간을 잡지못해 망각으로 돌아서서
헛손질 다시 닦으면
촉수 높은 내일될까
고요가 맥풀린 듯 온 세상이 꿈결이라
실개천 땅버들도 실눈뜨면 피리불까
창밖은 미로의 궁전
안개비에 취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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