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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옆에서 - 서정주 -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경향신문>(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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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무 / 김세환
새들은 전설 속에 사랑도 묻고 떠난다.
오색 깃발 펄럭이며 함성을 몰고 간 후
목이 긴 해거름 자락 가지 끝에 걸린다.
못 떠난 인연들이 언약처럼 둘어앉아
어둠이 창을 내린 텃밭에 불을 켠다.
철 이른 꽃 소식 듣고 발이 시린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