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장승(長丞)

임기종 2023. 9. 17.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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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長丞)

 

수십년 간구해도 이루지 못한 정성

오늘도 돌밥차려 젯상을 꾸며 봐도

비바람 맞아 썩은 머리 까치둥지 되었소.

 

남녀가 유별하면 정조차 멀어지나

마주 선 그 세월이 하 매나 오래인데

그리다 지친 내 모습 걸귀같이 변했네.

 

곁하고 자주 보면 없던 정도 드는데

지척의 저 여장군 한마디 말이 없네

무심한 조각장이는 이 내속을 모르리.

 

격강(隔江)은 천리(千里)라도 곁하고 있는 내게

정 없이 냉랭함은 그 무슨 심사일까

오늘도 부릅뜬 눈으로 억지 눈길 보낸다.

 

외사랑 주체 못해 악물고 버틴 세월

까치 똥 쌓인 몰골 이제 정을 끊으려니

설운 맘 둘 데 없어라 그만 누운 목장승.

 

-격강천리(隔江千里):강을 사이에 둔 가까운 거리지만

오가기 불편하여 천리나 멀리 떨어진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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