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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長丞)
수십년 간구해도 이루지 못한 정성
오늘도 돌밥차려 젯상을 꾸며 봐도
비바람 맞아 썩은 머리 까치둥지 되었소.
남녀가 유별하면 정조차 멀어지나
마주 선 그 세월이 하 매나 오래인데
그리다 지친 내 모습 걸귀같이 변했네.
곁하고 자주 보면 없던 정도 드는데
지척의 저 여장군 한마디 말이 없네
무심한 조각장이는 이 내속을 모르리.
격강(隔江)은 천리(千里)라도 곁하고 있는 내게
정 없이 냉랭함은 그 무슨 심사일까
오늘도 부릅뜬 눈으로 억지 눈길 보낸다.
외사랑 주체 못해 악물고 버틴 세월
까치 똥 쌓인 몰골 이제 정을 끊으려니
설운 맘 둘 데 없어라 그만 누운 목장승.
-격강천리(隔江千里):강을 사이에 둔 가까운 거리지만
오가기 불편하여 천리나 멀리 떨어진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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