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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지다
핏빛의 붉은 정열 열부(烈婦)의 얼이런가
한겨울 냉기조차 꺾지 못한 지조는
떨어져 흙이 될지라 매달리지 않았다.
만취한 왜장의 목 껴안고 뛰어들 때
점점이 흐른 피가 바위를 적셨어라
낙화(落花)로 저문 흔적이 갯바위에 어렸다.
봄바람 불어오면 뭣인들 꽃 아니랴
한파를 이겨내고 붉어진 저 꽃들은
한(恨) 많은 세월을 겪은 논개의 넋일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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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몽인의 어우야담(於于野譚) :논개는 진주 관기였다. 계사년(1593)에 김천일의 의병이 진주를 근거지로 왜병과 싸우다 성이 함락, 군사와 백성은 모두 죽었다. 이때 논개는 분단장을 곱게 하고 촉석루 아래 가파른 바위 꼭대기에 서 있었으니 아래는 만길 낭떠러지였다. 사람의 혼이라도 삼킬 듯 파도가 넘실거렸다. 왜병들은 멀리서 바라보며 침을 삼켰지만 감히 접근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왜장 하나가 당당한 풍채를 자랑하며 곧장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가? 논개는 요염한 웃음을 흘리면서 왜장을 맞았다. 왜장의 손이 그녀의 연약한 몸을 잡자 논개는 왜장을 힘껏 끌어안는가 싶더니, 마침내 몸을 만길 낭떠러지 아래로 던졌다. 두 사람은 모두 익사했다.
. 여수 오동도는 동백꽃이 만발합니다. 동백꽃은 추울 때 피고 봄이 되면 집니다. 오동도 갯바위에 떨어진 동백꽃을 보고 상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