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어떤 늙은이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늙은이에게 딸이 하나 있었는데 딸이 과년하여 시집을 보낼 때가 되었다. 그런데 이웃 노인의 말을 들으니 성품이 조급한 자라야 일찍이 영달할 것이요, 부드럽고 느린 자는 부를 누릴 수가 없으니 사위를 고르되 반드시 성질이 급한 자로 하기로 하되 일찍이 만나지 못하였더라.
그러던 중 어느 날인가는 한 총각이 뒷간에 들어간 즉 혹시 그 총각이 성질이 얼마나 급한가를 알아보기 위해 몰래 일거일동을 살폈겠다. 그러자 그 총각은 뒷간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뒤를 보기 위해 허리띠를 풀려고 하는데 허리띠가 굳게 매어져 풀리지 않자 총각이 주머니 칼을 빼어 끊고 대사를 치르니 이는 분명히 성급한 자가 틀림없는지라. 늙은이가 그 총각이 뒷간에서 나올 때를 기다려 흔연히 손을 잡고 그 성명과 지처를 물은 후에
"내 딸과 혼인하는 것이 어떤가?"
한 즉 그가
"오늘 저녁이 어떠한지요? 어찌 뒷날로 미루리까?"
이 말을 들은 늙은이는 더욱 그 총각의 성품을 사랑하여 드디어 손을 잡고 그 아이의 집에 이르러 날을 가릴 것이 없이 딸을 주었더니 그날 밤 오경에 홀연히 방안에서 사람치는 소리가 낭자하더니 이내 딸의 통곡하는 소리가 나거늘 늙은이가 크게 놀라 딸을 불러 내어 물은 즉 딸의 대답은 이러했다.
"신랑이 말하기를 이미 장가든 후에 생남, 생녀함은 이것이 차례로 일어나는 일이거늘 너는 어찌 생남치 않느냐? 하며 들고 치지 않겠어요."
하니 늙은이의 괴벽이 성품 조급한 자를 즐겨 구하는 연구로 도리어 낭패를 본 것이 었더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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