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7 4

내가 먼저 봄이 되어야지

어떤 남자가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삿짐을 다 옮기고 짐 정리가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마을 전체가 정전이 되어 버렸습니다. 남자는 더듬거리며 수북한 짐 사이에서 양초를 겨우 찾았을 때 '띵동' 하며 현관 벨소리가 들렸습니다. 현관문을 열어보니 한 아이가 서 있었고 인사와 함께 말을 건넸습니다. "아저씨 양초 있으세요?" 아이의 말을 듣자 남자는 '이사 오자마자 나에게 양초를 빌려달라고 하다니 만일 지금 양초를 빌려주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것저것 빌려 달라고 하겠군'이라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곤 양초가 없다고 말하며 아이를 돌려보내려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아이가 급하게 말했습니다. "잠깐만요, 아저씨! 이사 온 첫날부터 정전 때문에 불편하실 것 같아서 양초를 드리려고 왔어요!" 이 말과 함..

좋은글 2024.03.27

못 잊어 - 김소월(金素月) (시조로 쓰다)

못 잊어 - 김소월(金素月)​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료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떠면 생각이 떠지나요?" --------------- 못 잊어 (시조) 그리워 못 잊어서 가슴 아픈 나에게 한세상 숨죽이고 그런대로 살라시네 살다가 살다가 보면 잊힐 날 있다면서. 그래도 못 잊는데 나는 어찌 하라고 그런대로 세월만 보내라 하시네요 더러는 잊혀질 날이 언젠가 있다면서. 누가 뭐라해도 여전한 마음이라 살뜰히 애타도록 잊을 수가 없는데 생각을 어찌 해야만 떨칠 수가 있나요.

현대시조 2024.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