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2274

옷장 속의 재킷

오래전 캐주얼한 재킷을 하나 산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양복처럼 생겨 간단히 걸치는, 정장 스타일 옷이 유행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처럼 캐주얼 재킷을 샀지만 자주 꺼내 입지 않아 왠지 저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옷걸이에 걸어두었습니다. 결국 그 옷은 몇 년이고 한 번도 입어보지 않은 채 그대로 옷장에 걸려 있었습니다. 어느 날 충동적으로 재킷을 꺼내 입어보았는데 의외로 잘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항상 정장만 입던 평소와는 다른 차림으로 외출하여 일을 보기 시작했더니 만나는 사람마다 잘 어울린다고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재킷은 몇 년간 한 번도 빛을 보지 못한 채 헌 옷 수거함에 버려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어떤 이유에서인지 손에 잡혀서 입게 된 것입니다. 우리 인..

좋은글 2024.01.29

불여일인(不如一忍)

일본의 선불교를 중흥시킨 백은(白隱, 1685~1768) 선사는 한 때 송음사에 머물고 있었다. 어느 날 백은선사가 기거하던 절 입구 마을의 두부장수집 딸이 이웃 사내와 정을 통하여 아기를 갖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안 딸의 부모는 크게 분노하여 몽둥이를 들고 심하게 추궁했다. "어느 놈의 씨를 뱃속에 넣었느냐?" 살기등등한 부모님의 추궁에 딸은 사실대로 말 할 수가 없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청년도 죽고 자신도 죽고 뱃속의 아이도 죽기 때문이다. "몽둥이로 패 죽이기 전에 사실대로 말해라, 내 그놈을 가만 두지 않겠다." 몹시 화가 난 처녀의 부모는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대라고 딸을 심하게 추궁하였다. 어떨 결에 "윗 절의 백은스님...." 라고 대답했다. 평소 두부집 장수는 백은선사를 존경했고, 이웃..

좋은글 2024.01.28

인생은 단막극이 아닙니다

연극에서 한 장면이 끝나면 갑자기 불이 꺼집니다. 두터운 커튼이 내려오고 무대가 캄캄해집니다. 커튼 뒤에서 드르륵 바퀴 굴리는 소리, 뭔가 뚝딱거리는 소리도 들립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당황하지 않습니다. 저 커튼 뒤에는 방금 본 장면과는 다른 장면이 무대 위에 설정되고 있음을 관객들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커튼이 올라가고 불이 환하게 들어오면 새로운 장면이 열리고 무대에는 다른 인물이 나옵니다. 전 장면에서 보았던 그 배우가 다른 옷을 입고 다른 가발을 쓰고 다른 사람이 되어있습니다. 같은 사람이 다른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새롭게 웃고 떠들기도 합니다. 단막극은 장면 하나로 다양한 애환을 압축해 전개하지만, 연극은 그 장면이 훨씬 다양합니다. 소망이 없어 보이는 우울한 장면도 있지만, 웃음과 기쁨..

좋은글 2024.01.27

▣ 웅변은 은, 침묵은 금

부처님이 어느 날 오후, 동자를 데리고 맑은 호수로 나가 목욕을 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동자의 청을 받아 어느 암자를 방문하였다. 때마침 그 암자에서는 많은 중생들이 모여 법담을 나누는 중이었다. 부처님은 그 법담이 끝날 때까지 문 밖에서 기다리다가 들어갔다. 그리고 부처님은 거기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는 모여 앉으면 마땅히 두 가지 일을 행하여야 한다. 하나는 법, 즉 진리에 대하여 말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침묵을 지키는 일이다.” 그러면서 부처님은 말에 대하여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첫째, 바르게 설명해진 것만 말하고 잘못 설명해진 것은 말하지 말라. 둘째, 진리만을 말하고 진리 아닌 것은 말하지 말라. 셋째, 한 번 할 말도 세 번 생각하고 난 후에 말하라. 넷째, 남의 단점을 ..

좋은글 2024.01.27

말이 당신의 입안에 들어 있는 한, 당신의 종이지만, 한번 밖으로 나오면 당신의 상전이 됩니다. 종을 부리는 사람을 상전이라고 합니다. 상전은 종에 대해 절대적 권리가 있습니다. 죽이든, 살리든, 팔아먹든, 내다 버리든 상관이 없이 상전 마음대로 처분할 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무슨 말이든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는 말이 내 입 안에 들어 있어서 아직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때의 말입니다. 그러나 한번 말이 입 밖으로 나와 버리면 나는 내가 말한 그대로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말이 내 상전이 되고 나는 말의 종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조심해서 말을 해야하는 지를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 탈무드 중에서 -

좋은글 2024.01.27

도리성혜(桃李成蹊)

도리성혜(桃李成蹊) 桃 : 복숭아 도 / 李 : 오얏 리 / 成 : 이룰 성 / 蹊 : 지름길 혜 복숭아와 자두는 꽃이 아름답고 열매가 맛이 좋아 복숭아와 자두가 있는 곳에는 절로 길이 생긴다는 말로 덕이 있는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주변에 사람이 모인다는 뜻입니다. ​도리성혜는 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와 같은 말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말이죠.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나 자신을 위해 많은 덕을 쌓고 ​타인을 향한 관심과 배려를 통해 꾸준한 관계를 유지하다 보면 좋은 인간관계를 맺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외에도 아래와 같이 인간관계와 관련한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오월동주(吳越同舟) : 어려운 상황에서는 원수라도 협력하게 됨 삼익지우(三益之友) : 사귀어 이로운 세 ..

좋은글 2024.01.27

경청의 기술

미국 CNN의 뉴스쇼 '래리 킹 라이브' MC로 진행해 온 '래리 킹'은 자그마치 25년 동안 자신의 이름을 건 쇼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래리 킹은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잃고 어려운 환경에서 세월을 보내다 22세 때 방송인의 꿈을 꾸고 플로리다 마이애미로 찾아갔습니다. 이후 방송국 주변을 맴돌다 잡역부로 들어가 온갖 허드렛일로 고생한 끝에 어느 날 결근한 아나운서 대신 마이크를 잡게 되면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그가 최장수 진행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아는 척하지 않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짧고 단순한 질문을 던졌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시각과 폭넓은 시야를 갖고 인터뷰에 임했고,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습니다. 다른 이의 눈높이를 찾고자 경청하는 노력이 자신을 단련시..

좋은글 2024.01.26

▣ 옷을 보고 접대해서야

어느 고을에 부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마을에서 자신이 가장 존경받는 인격자(人格者)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인근 마을의 유지나 학식이 높은 사람들을 불러 음식을 대접하며 대화하기를 좋아했다. 그 소문을 들은 어느 스님이 그 부자가 과연 인격이 높은 사람인지 시험해 보고자 그 집을 찾았다. 그날은 마침, 그 부자의 생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부자의 생일을 축하하며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스님은 다 떨어진 옷차림을 하고 하인에게 부자를 만나러 왔다고 말했다. 하인은 부자에게 거지같은 스님이 찾아왔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자 부자는 "오늘같이 경사스러운 날 그런 거지가 오다니.." 라고 화를 내면서 얼른 쫓아내라고 했다. 대문 앞에서 쫓겨난 스님은 다시 절로 돌아가 깨끗한 승복과 가사장삼..

좋은글 2024.01.26

세한도(歲寒圖)

모진 바람이 불 때라야 강한 풀을 알 수 있다. 어렵고 위험한 처지를 겪어봐야 인간의 진가를 알 수 있는 법이다. 인생은 난관과 역경으로 가득 차 있고, 인간 세상은 염량세태라서 잘 나갈 때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지만, 몰락할 때는 썰물처럼 빠져 나가기 마련이다. 추사 김정희가 그린 세한도(歲寒圖)를 보면 공자의 이런 말씀이 적혀 있다. 歲寒然後 (세한연후) 知松柏之後彫也 (지송백지후조야) 날씨가 추워진 후라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뒤늦게 시든다는 것을 안다. 집안이 가난할 때라야 좋은 아내가 생각나고, 세상이 어지러울 때라야 충신을 알아볼 수 있다. 지금 아픈 것은 아름다워지기 위함이다. 아름다운 종소리를 더 멀리 퍼뜨리려면 종(鐘)이 더 아파야 한다.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말했다. "아플..

좋은글 2024.01.25

부정적인 기억을 이기는 방법

일 년 전 이 시간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한 달 전 이 시간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사실 일주일 전 이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본인이나 사랑하는 사람 중에 좋지 않은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일들은 똑똑하게 기억할 것입니다. 인간의 뇌에 있는 기억회로는 평범한 일이나 즐거운 일들 보다는 부정적인 기억을 오래 간직하게 되어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은 대부분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만 엄청나게 큰 충격과 감정이 동반된 일은 오랜 시간 기억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와 대화할 때 상대를 즐겁게 만든 말을 잘 기억해 주지 않지만 무심코 툭 던진 부정적인 말 한마디는 상대방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 큰 상처를 주게 됩니다. 부정적인 감정 기억을 ..

좋은글 2024.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