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저택 단상 성북동 저택 단상 엄청난 크기에다 으리으리한 집들 도대체 누가 살까 얼마나 부자일까 굳건히 닫친 대문이 감옥같아 보이는데. 저런 집 사는 이는 세상걱정 없겠지 철옹성 둘렀으니 걱정도둑 들리야 어떻게 숨을 쉬고사나 문 꽁꽁 잠가 놓고. 현대시조 2024.04.22
봄볕의 유혹 봄볕의 유혹 오늘은 어딜 가나 어디가야 좋을까 사방이 푸르르고 꽃 잔치 한창인데 챙기지 못한 화구(畫具)에 노트 한권 급하다. 돌아보면 울긋불긋 가슴이 싱숭생숭 후닥닥 일어서면 사위(四位)가 반길듯해 갑자기 조급한 마음 그림 가방 무겁다. 현대시조 2024.04.21
길상사에서 길상사에서 대원각 탈피하여 길상사 되었는데 골짜기 흐르는 물 오늘도 그대로다 인정(人情)만 수시로 변해 얘기꺼리 만들고. 무소유 외치시던 그 스님 잠이 들어 들꽃 핀 화단 속에 명패하나 남겼더라 헛되고 헛되더구나 인생무상(人生無常)하더라. 현대시조 2024.04.20
속담 속담 개천에서 용 난다고? 천만에 말씀이야 요즘은 오염돼서 미꾸리도 못살아 정치판 둘러보니까 그게 맞는 말이야. 초록은 동색이고 그물에 그 나물들 어쩌다 튀었다고 그게 용인 줄 아나 세상도 보는 눈 있어 그리 쉽게 보지 마. 현대시조 2024.04.20
반구정(伴鷗亭) 반구정(伴鷗亭) 인적 드문 강가에 정자하나 지어 놓고 갈매기 벗을 삼아 노후를 보내리라 황희의 소박한 꿈이 화려하게 보인다. 임진강 내려 보며 시 한수 읊노라니 시름은 멀어지고 욕심도 사라진다 평생에 꾸던 꿈들이 언덕위에 서렸다. ------- 반구정: 세종 때 정승 황희(1363∼1452)가 관직에서 물러나 갈매기를 친구 삼아 여생을 보내던 곳. 문산 부근 임진강가에 있다. 현대시조 2024.04.19
오일장 2 오일장 2 푸새거리 한주먹 행길 가에 펼쳐 놓고 표정 없는 얼굴로 쪼그리고 앉은 촌로 양지(陽地)녘 가장자리가 비좁아 힘이 든다. 상추에 쑥이 조금 다 팔아도 일이만원 손 뜸한 장마당이 지루해 지는 오후 시간을 파는 것일까 목숨 줄 잇는 걸까. 현대시조 2024.04.17
목련꽃 지다 목련꽃 지다 = 화엽불상견 (花葉不相見) 아직도 골 깊은데 결국은 못 이룬 꿈 새물내 풍기던 옷 가만히 벗어 놓고 서룬 맘 홀로 삭이며 님의 뜻을 따릅니다. 언제나 만나질까 기약도 없는 이별 허공에 흘린 눈물 땅위를 적시나니 세월 길 가시는 길에 지르 밟으시오서. 현대시조 2024.04.15
오일장 오일장 투박한 뚝배기에 설설 끓는 순대국 콤콤한 새우젓으로 감칠맛을 더하니. 비계가 절반이라도 알 듯 말듯 정겨움 막걸리 한 사발을 단숨에 들이 키고 막 된장 찍은 고추 안주로 그만이다 하늘이 내린 술잔위로 시름 한 점 떠갈 때. 현대시조 2024.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