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게 산다는 게 누구는 고대광실(高大廣室) 호의호식(好衣好食) 한대도 사는 게 별거 없어 세끼 밥 먹는 거여 주머니 없는 수의(壽衣)를 입을 때면 알게 돼. 지금에 만족하면 칼날도 넓어 뵈고 없구나 생각하면 만평(萬平)집이 좁은 법 사는 게 별거 없어요 모두 그리 살거든. 살면서 어려움이 없는 사람 어딨나 뭐든지 걱정하나 달고 사는 게 삶이야 숨 멈출 때가 된다면 또 혹시 모르지만. 현대시조 2024.04.10
오동도의 봄 오동도의 봄 행여나 길 잃을까 하얀 등대 세우고 신우대 동백꽃이 섬에 가득 반긴다 갯바위 파도소리가 입 모아 합창하고. 하늘로 올라갔나 용굴이 스산한데 동백꽃 낙화되어 점점이 쓸쓸하고 갯바위 여기저기에 석화 꽃이 피었다. 현대시조 2024.04.09
향일암(向日庵)의 봄 향일암(向日庵)의 봄 바위굴 들어서니 빼꼼한 하늘 조금 소담한 암자하나 산허리 지켜섰다 부연 끝 풍경소리가 봄을 불러 오던 날. 코끝에 머무르는 비릿한 바다내음 조업을 마친 배가 귀항을 서두르면 법당 옆 동백꽃들도 빨갛게 채비한다. 향일암: 여수 돌산도 끝에 있는 암자 현대시조 2024.04.06
화엄사 홍매 화엄사 홍매 동안거 정진수행 서둘러 끝마치고 모두 다 잠든 밤에 설레어 치장터니 누구를 기다리시나 상기되어 발간 모습. 은은히 들려오는 산사의 범종소리 잡념을 씻어가는 계곡의 물소리도 먹은 귀 흘려듣는데 봄이 저쯤 왔더라. 현대시조 2024.04.05
만대리 가는 길 만대리 가는 길 '엄니이 무겁지유~ 얼른 얼른 앉으시유~' '아부지, 신수가 훤헌디~ 존데 가는 개비유' 만대리 가는 버스에는 안내양이 있더라. 배낭의 스틱 보고 '워디 낚시 가시 유? 소싯적 괴기 둬 바께스는 일도 아녔는디' 촌로(村老)의 호기(豪氣) 속에서 소주 내가 동했다. 고추 자루 들고 타는 노 할매를 보더니 머리 허연 영감들이 후다닥 일어선다 만대리 가는 버스에는 정(情)도 함께 타더라. * 만대리: 충남 태안군 만대리 (2013. 3. 9 쓴 글을 조금 고쳤습니다) 현대시조 2024.04.03
동해 일출 동해 일출 바다는 틈을 벌려 알 하나를 뱉으며 발갛게 물이 든다 일출(日出)이 파문인다 시작은 지금부터란다 이 산고(産苦)를 보란다. : 24. 3. 31 속초에서 현대시조 2024.04.02
나이드니 나이드니 세상이 달라 보여 가슴벅찬 일이 많아 숨 쉬고 사는 것도 두발로 걷는 것도 모두가 감사하더이 돌아보니 고맙고. 나이를 먹는 것이 나쁜 것만 아니야 젊어서 못 본 것이 이제야 보이거든 세상은 만만하지도 어렵지도 않다는 게. 만고의 진리조차 가만히 깨닫게 돼 생각으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 노력을 하지 않고선 가질 생각 말라는 것. 현대시조 2024.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