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1403

오동도

오동도 울창한 신우대와 하늘 가린 동백 숲낙화(落花)로 덮힌 미로 구비마다 숨기고상큼한 여수바다를 벅수처럼 지켜섰다. 겨울이 깊어가는 스무살 그쯤인가등대 밑 작은 다방 난로 가에 앉아서또래의 레지한테서 인생사를 들었는데. 오래된 그림들을 더듬어 추억(追憶)하니아련한 그리움은 파도에 스러지고비릿한 바다내음만 코끝에서 머문다.  오동도(梧桐島):전남 여수에 있는 섬.섬 전체가 동백나무, 신우대 등 상록수로 덮여 울창한 숲을 이룸.해안은 기암절벽. 1968년 한려 해상 국립공원의 일부로 지정. 벅수: 마을 어귀나 다리 또는 길가에 수호신으로 세운 사람 모양의 형상.

현대시조 2024.10.09

나는 술이외다

나는 술이외다 나는 술 이외다 막걸리요 소주외다주머니 가벼운 이들의 작은 행복이외다황량한 세상 사는데 이만 친구 없더이다. 한 사발 들어가면 높낮이 사라지고두 사발 마신 후에 서로 격이 없어지니세상에 이 같은 복을 어디서 찾으리까. 하지만 조심할건 성격이 지랄이요격 없이 대하다간 험한 꼴 당할거요친한 척 하다가도 금방 앞뒤 분간 못하니.

현대시조 2024.09.30

고향 여수

고향 여수 물 맑은 남해바다 바다 냄새 싱그런 곳장군도 그 너머로 돌산대교 장엄하다진남관 너른 뜰 위엔 충무공도 계실 듯. 하멜이 상륙했던 종포 바다 위에는허공을 가로질러 케이블카 떠가고종고산(鐘鼓山) 울리는 소리 이명으로 듣는다. 서대회 장어탕에 금풍생이 통구이갯장어 데침 회가 감치는 바다의 맛여기가 고향 여수다 반백년 떠난 탯자리.

현대시조 2024.09.28

사도(思悼)

사도(思悼) 약하면 지느니라 아비의 마음이다당파에 시달려온 자신을 닮을까봐부모의 진정(眞情) 하나로 강한 아들 원했다. 속도 모른 아들은 어긋난 길을 가고오해로 굳어버린 부자간 슬픈 사연결국은 뒤주 속에서 마지막 숨을 쉰다. 폐 세자로 죽은 자식 못 다한 아비 정(情)에‘슬픔을 생각하라’ 시호(諡號)로 내린 사도(思悼)융건릉 자리를 잡아 서러움을 묻었다......융건릉(隆健陵):경기도 화성시 효행로481번길21. 사적 제206호.제22대 정조의 아버지 장조(사도세자)와 현경왕후를 모신 융릉,정조와 효의왕후를 모신 건릉을 합쳐 부르는 이름.건릉은 10세 때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아들(정조)의 무덤이고,융릉은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한 아들(사도세자)의 무덤이다.

현대시조 2024.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