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1404

서울 쥐와 시골 쥐

서울 쥐와 시골 쥐 서울 쥐 한 마리가 시골 친구 초대받아정주간(鼎廚間) 구석에서 저녁밥을 먹는데조촐한 차림이지만 정갈하고 깔끔하다. 상위엔 밥 한 공기 따끈한 국 한 사발먹다 남긴 꽁치지만 생선구이 반 접시콩자반 그릇위에는 깨소금도 뿌려졌다. 서울 쥐가 걱정이 돼 친구에게 하는 말너 지금, 환장했니 죽을려고 작정했어주인이 우리를 보면 몽둥이를 던질텐데. 시골 쥐가 뒷짐지고 은근히 뻐기는데시골인심 몰랐냐 이게 바로 정(情)이지먹을 게 당장 없다고 손님을 굶기겠냐. 걱정은 하도 말고 네 집처럼 생각해박주산채 꽁보리밥 차린 건 별로다만허리끈 풀어 젖치고 마음 편히 먹어라. 서울 쥐 돌아가서 시골 쥐를 초대했다식탁에 차린 것은 전에 못 본 진수성찬시골 쥐 깜짝 놀라서 너 정말 잘살구나. 시골 쥐 자리 앉아 수..

현대시조 2024.09.01

시인을 만나다

시인을 만나다 오래전 인사동의 그림 마당 민에서말투가 어눌하신 촌로 한분 만났다한참 후 돌아 봤더니 천상병 시인이다. 막걸리 한잔이면 한 끼로 그만이니더 이상 바라는 건 사치일 뿐이라며돌아간 그 훗날에는 즐거웠다 하리라던. 같이 온 여인네가 시인에게 묻는다선생님, 오늘은 시를 몇 편 쓰셨어요새벽에 두 편 썼거든 그만하면 됐지 뭐. 한편을 쓰더라도 천 번을 갈아내야글 같은 글되는데 천재가 맞는 갑다스스로 자신을 아는 게 쓰기보다 어렵던데. 매사가 욕심으로 이루어 질 것이면세상에 못할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마음이 조급한 탓에 생각으로 책을 엮다.

현대시조 2024.08.24

매창이 뜸에서

매창이 뜸에서 애타게 그리던 정(情) 소롯이 서려있는매창이 뜸 봉상(峯上)에는 쓸쓸함만 가득하다흰배꽃(梨花) 어린 꽃잎이 비(雨)가 되어 내리고. 허공에 흩뿌리는 은백색 이화우(梨花雨)는떠나는 유희경의 북받친 심정일까매창의 무덤가에서 잔설(殘雪)이 눈(雪)물 짓네. 서글픈 그 인연도 끊긴지 오래인데애절한 연모(戀慕)의 정(情) 굳어진 그리움이둘러선 바위 돌 속에 알알이 박혔더라.------------* 돌: 매창의 시(詩)를 적은 시비(詩碑)매창이뜸 : 전북 부안에 있는 기생 이매창의 묘유희창: 이매창의 연인 (10여년 전에 그곳을 방문하여 쓴 글)---------이매창(李梅窓): 1573 ~ 1610 전북 부안출신 기생.황진이, 허난설헌과 함께 조선 3대 여류 시인. 대표작: 이화우(梨花雨) 흩뿌릴 제..

현대시조 2024.08.16

늦은 깨달음

늦은 깨달음 할까 말까 망설일 땐 하는 게 정답이고오늘 내일 주저할 땐 오늘이 맞는 거다내 삶을 망치는 것은 행동않고 머뭇거림. 이 일을 언제하나 답답한 가슴앓이금방도 죽을 듯이 조급해 안절부절이 증상 오래간다면 되는 일이 없더라. 당연(當然)이 되는 것은 오로지 죽는 것 뿐세상에 대가없이 되는 건 전혀 없다사는데 필요한 것은 밤낮 없는 노력이다.

현대시조 2024.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