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쥐와 시골 쥐
서울 쥐 한 마리가 시골 친구 초대받아
정주간(鼎廚間) 구석에서 저녁밥을 먹는데
조촐한 차림이지만 정갈하고 깔끔하다.
상위엔 밥 한 공기 따끈한 국 한 사발
먹다 남긴 꽁치지만 생선구이 반 접시
콩자반 그릇위에는 깨소금도 뿌려졌다.
서울 쥐가 걱정이 돼 친구에게 하는 말
너 지금, 환장했니 죽을려고 작정했어
주인이 우리를 보면 몽둥이를 던질텐데.
시골 쥐가 뒷짐지고 은근히 뻐기는데
시골인심 몰랐냐 이게 바로 정(情)이지
먹을 게 당장 없다고 손님을 굶기겠냐.
걱정은 하도 말고 네 집처럼 생각해
박주산채 꽁보리밥 차린 건 별로다만
허리끈 풀어 젖치고 마음 편히 먹어라.
서울 쥐 돌아가서 시골 쥐를 초대했다
식탁에 차린 것은 전에 못 본 진수성찬
시골 쥐 깜짝 놀라서 너 정말 잘살구나.
시골 쥐 자리 앉아 수저를 드는 순간
서울 쥐 불안하게 밖을 내다보는데
주인이 들어올까 봐 가만있질 못한다.
시골 쥐가 친구 보고 왜 그리 설쳐대냐
이 좋은 음식 두고 호들갑은 왜 떨어
그 순간, 쾅하는 소리 세상이 뒤집힌다.
당황한 서울 쥐가 시골 쥐를 보면서
친구야, 빨리 피해 네 목숨 책임 못 져
시골 쥐 너무 놀라서 혼이 반쯤 나갔다.
집에 간 시골 쥐가 친구에게 하는 말
다시는 서울안가 죽어도 안 갈거야.
시래기 죽 먹더라도 여기가 마음 편해.
사는 게 뭐있겠어 밥 세끼 먹는 건 데
배부르고 등 따시면 바랄게 뭐있다고
마음을 조려가면서 짧은 세상 지낼까.
정주간 (鼎廚間): 부엌과 안방 사이, 벽이 없이 부뚜막과 방바닥이 한데 이어져 있는 곳
# 오래전에 쓴 글을 조금 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