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1424

해솔길

해솔길 살다가 힘이 들면 이 길을 걸으시오 방조제 바로 건너 방아머리 옆길로 천천히 걷다가 보면 가슴이 뚫릴거요. 고향이 그리우면 여기에 가보시오 흙냄새 소똥냄새 솔 냄새 바다냄새 비우고 걷다가 보면 옛 생각도 날거요. 산길로 바닷길로 이어진 사십리 길 개미허리 다리에 매달린 작은 섬이 노을에 물든 해거름 즐기고 있으리니. * 해솔길 : 대부도 트래킹 코스

현대시조 2021.02.07

갯바위

갯바위 밀려온 파도 물결 하얗게 부서지고 갈매기 낮게 날아 먹이 찾기 바쁘다 비릿한 바다 냄새가 싱그럽던 어느 날. 따개비 부처 손이 틈새를 메운 바위 새까만 홍합들도 햇빛에 반짝인다 물고기 새끼 두 마리 웅덩이에 갇혔고. 부서진 파도 위에 무지개 피오르면 두눈을 꿈벅이는 갯바위의 돌게들 촌부(村婦)의 바구니 속에는 석화(石花)꽃이 피었다.

현대시조 2021.02.06

4백년 전의 편지

4백년 전의 편지 얼마나 간절하면 꿈에도 보고싶어 한(恨)맺힌 눈물찍어 적어 올린 글인데 무심한 사람 소식없이 지새는 밤 하얗소. 죽도록 같이하자 팔베개 맺은 언약 그 약속 어이하고 북망산 먼저 가오 뱃속의 어린자식은 뉘를 보고 아비랄까. 4백년 오랜 설움 구천을 떠돌던 혼 이제는 가려해도 못 비운 그리움에 눈물에 젖은 육신이 미라 되어 누웠소.

현대시조 2021.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