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그림자

봄길 경칩이 지났으나 서늘한 아침 공기 여태도 봄 아닌가 아쉬워 하던 그때 코끝을 스치는 느낌 뭔지 모를 포근함. 무심히 지나친 길 오다가 문득 보니 논두렁 모퉁이에 제비꽃이 피었고 파릇한 풀 이파리가 송송하게 솟았다.

벚꽃 이렇게 가쁨 숨을 어떻게 참았을까 긴 대롱 입에 물고 단숨에 내품으니 허공엔 하얀 별들이 화산(火山)처럼 퍼진다, 새까만 기둥으로 화산(花山)이 솟구치면 누리는 하얀 희열 싱그런 봄을 안고 생명이 살아있음을 소리없이 외친다.

봄비와 낙화 잎 없이 피운 꽃은 봄꽃이 전부라서 억겁을 바란 염원 더불어 안쓰러워 차라리 꽃이 지라고 추적추적 내린다. 원해서 안 된다면 스스로 버릴지라 속앓이 하던 세월 아픔이 하 많은데 그 사정 헤아렸을까 젖은 꽃잎 떨군다.

야외수업 오늘은 야외수업 출석을 확인한다 산수유, 목련화, 개나리, 철쭉, 민들레 들풀이 자기도 왔다고 손을 살짝 들었다. 냇물은 졸졸졸졸 아지랑이 하늘하늘 화사한 벚꽃 아래 개나리 시끌벅적 졸리운 동부레기는 눈꺼플이 무겁다. (※ 동부레기: 순 우리말, 뿔이 날만큼 자란 송아지)

봄꽃과의 대화 솔직히 말해 줄께 기다리고 있었어 내년에 다시 오마 약속은 없었어도 내 마음 알았었나봐 밤을 새워 왔잖아. 공치사 많은 세상 실언이 빈번해도 웃기만 하던 너는 다시 올 줄 알았지 고마워 너를 만나니 시린 겨울 잊었어.

회상(回想) - 개울가 버드나무 떠날 때 꺾인 가지 여태도 그대론데 아무런 기별 없이 한해를 보내 놓고 행여나 하는 마음에 다시 움을 티웁니다. ----------------- - 묏 버들 갈해 것거 묏 버들 갈해 것거 보내노라 님의 손듸 자시난 창(窓) 밧긔 심거 두고 보쇼셔. 밤비에 새닙 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쇼셔. ( 기생 홍랑의 시조 )

봄은 샛노란 산수유에 흰 목련 만개하고 사방이 술렁대도 봄은 진정 아닙디다 일없이 설레는 가슴 느껴지니 봄입디다.

목련(木蓮) 올해도 어김없이 꽃만 피어 났구나 해마다 초를 꼽고 정성을 쏟았건만 화엽(花葉)은 불상견(不相見)이라 이뤄지지 않더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입춘(立春)은 지나갔고 경칩도 엊그제라 벙긋한 목련꽃에 개나리 물드는데 아직도 새벽공기는 코끝에서 차갑다. 바람은 따사해도 물 여태 차가운지 황새는 냇가에서 외발로 버텨 섰고 연두빛 버드나무만 오는 봄을 반긴다. 다음검색 저작자 표시 컨텐츠변경 비영리

개나리 꽃 피다 이 모습 보이려고 그렇게 말랐구나 속으로 끓인 정이 얼마나 깊었기에 수만개 노란 정열을 한꺼번에 쏟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