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살라한다. 그렇게 살라한다. 버리며 살라한다 비우고 살라한다 한세상 살아가며 갖은 일 겪을테니 그런 날 닥칠지라도 그냥 참고 가라한다. 바람이 부는 대로 구름이 가는대로 팔 벌려 막지 말고 그대로 두라한다 그런 일 마주치거든 가만 두고 보라한다. 현대시조 2021.05.02
나무들의 이야기(동시조) 나무들의 이야기 내 몸이 이상해요 손끝이 간지러요 여기 좀, 봐 주세요 파란 싹 돋았어요 봄비가 부린 마법에 걸린 게 분명해요. 현대시조 2021.05.01
法鼓 法鼓 죽어서 흙이 된들 무엇이 아까우랴 헌 육신 마저 찢어 보시로 마쳤으니 허공을 울리는 소리 해탈 길을 엽니다. 평생을 꿈꾸던 곳 하늘 길 저기일까 눈앞이 어두워서 길 잃고 헤매일 때 이 소리 등불을 삼아 선한 길을 가소서. 현대시조 2021.04.28
5월의 철쭉 5월의 철쭉 천년을 울었어도 그 아픔 그대론가 귀촉도(歸蜀道) 목쉰 소리 허공에 퍼져 가면 핏빛의 거친 물결이 온 누리를 적신다. 망제(望帝)의 억한심사 뉘라서 알아주랴 밤마다 외쳐대는 ‘불여귀(不如歸)’ 또 ‘불여귀(不如歸)’ 귀촉도 내뱉는 피가 온 사방에 튀는데. 부모를 잃고 나면 하늘에 올려두고 자식이 먼저가면 가슴에 묻는단다 오월(五月)에 들리는 소리 귀촉도 우는소리. 현대시조 2021.04.27
울 아부지 울 아부지 커다란 리어카를 혼자서 끌고 가며 행여나 아들 볼까 고개 숙인 아부지 땀방울 눈에 든다고 짠 설움을 참았소. 오사까 깔끄막이 왜 그리 높았던지 가끔씩 찾는 고향 거그는 가기 싫소 힘들게 오르는 수레 시방 볼 수 없어도. 아부지 가신지도 기억이 가물한데 잊힌 듯 하드만은 꿈에는 왜 뵌다요 나 이제 철이 들었나 옛 생각이 납니다. 현대시조 2021.04.24
고향가는 철새(동시조) 고향가는 철새 애들아 고향가자 어서 빨리 서둘러요 글자도 배워야 해 이정표 읽으려면 오늘은 시옷자부터 써보도록 할거야. 어두운 하늘 길에 뒤처진 막내 철새 급하게 따라오며 끼루룩 끼룩끼룩 엄마도 빨리 오라고 끼룩끼룩 끼루룩. 현대시조 2021.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