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運命) 운명(運命) 삶이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인가 숨 쉬면 사는 거고 멈추면 죽는 건데 찰라로 나눠진 순간 그 경계는 어딜까. 평생을 안달하며 붙들고 살던 목숨 죽음이 내친 후에 그 생(生)은 어디갔나 삶이란 산(生)자 가슴에 그리는 그림 한폭. 순간을 알 수 없는 영과 육의 분리(分離)에 동행할 수 없는 길을 생각이 따라 간다 죽음은 그런 것인가 남은 자의 탑(塔)쌓기. 현대시조 2021.05.25
모래성(동시조) 모래성 바닷가 모래밭에 조그만 성을 쌓고 임금이 된 것처럼 기뻐하고 있었다 동생이 꼰지발 서서 오는 줄도 모르고. 성문을 지키고선 병사가 사라지고 성벽도 궁궐까지 무너지고 말았다 거인이 성벽너머로 달아나고 있었다. 현대시조 2021.05.21
여수의 맛 여수의 맛 서대 회 새콤 달콤 장어탕 얼큰 매콤 샛서방 챙겨주는 금풍생이 통구이 박하지 게장 속에는 밥도둑이 숨었다. 좌판에 펼쳐있는 갖가지 생선 욕심 값싸고 푸짐해서 보따리 커져갈 때 새롭게 깨달아지는 여수 만의 정겨움. 반찬이 수십가지 상차림 한식뷔페 식대를 치루면서 주인을 걱정한다 정겹고 그리운 맛에 다시 찾는 여수항 . (금풍생이: 군평선이의 사투리. 이 생선을 샛서방고기라 부르는데 미운 서방은 안주고 예쁜 샛서방에게만 챙겨 준다고 함) 현대시조 2021.05.20
에밀레 종 에밀레 종 누구의 탓이더냐 서러운 이 떨림은 모자란 흠(欠) 메우려 아기를 바쳤으니 보시(布施)를 마치고 나자 첫 울음이 ‘에밀레’ 살생은 죄악이라 불가(佛家)의 길(道)일진데 보시한 아기 넋을 진동으로 느끼니 ‘에밀레’ 울음소리가 이명(耳鳴)으로 들린다. 현대시조 2021.05.19
쌈밥 정식 쌈밥 정식 꽃상추 너른 곰취 당귀 순 돌미나리 파릇한 봄 향기가 정겨움 가득하고 콤콤한 된장찌개는 잃은 입맛 살린다. 큼직한 논우렁이 들어간 강된장에 노릇한 조기구이 자리한 상을 보며 싱긋이 미소를 짓네 봄이 여기 다 있어. 현대시조 2021.05.15
해남 땅 끝에 서다 해남 땅 끝에 서다 여기가 끝이라고 더 이상 못 간다고 한걸음 내딛으면 돌아올 수 없다며 막아선 파도를 보며 머뭇대고 있었다. 살아온 세월동안 못가 본 끝이 여기 생각 속 그린 곳이 이렇게 평범하니 땅 끝은 낭떨어지도 육지 끝도 아니더라. 생각을 바꾸면은 시작도 끝이 되고 상상을 하다보면 평지도 절벽되니 모두가 마음이 하는 걸 이제서야 깨닫다. 현대시조 2021.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