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나 닫고 가게
학자 라이산요와 가깝게 지내던 다이강이라는 걸승이 있었다. 어느 날 밤, 책상에 앉아 책을 앍고 있노라니 칼을 든 도둑이 들어왔다. 다이강을 태연히 도둑을 쏘아보며 물었다.
"목숨을 원하는가, 돈을 원하는가?"
도둑은 당황해서 대답했다.
"돈을 원한다는 게 뻔하지 않나."
다이강은 지갑에서 돈을 꺼내며 말했다.
"자아, 이걸 가지고 가라."
그는 돈을 내던져 주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도둑이 잠자코 돈을 집어들고 나가려고 하자 다이강이 한바탕 호령했다.
"잠깐!"
도둑이 얼굴빛이 변해서 우뚝 서 있자 이렇게 덧붙였다.
"문단속이 너무 허술하니 문을 닫고 가게."
도둑은 시키는대로 문을 닫고 나갔으나 며칠 후 잡혔다. 도둑이 포졸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도둑질을 했지만 그때만큼 기분 나쁘고 무서웠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고을 관리가 다이강을 불러서 물었다.
"왜 도난 신고를 하지 않았소?"
그러자 다이강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돈을 도둑맞은 게 아니라 그냥 내 준 것인데 뭐하러 신고합니까."
다이강의 침착한 태도는 신경이 날카로운 요즘 사람들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경지에 올라 있다. 이렇게 대담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기반은 무조건 물질에만 집착하는 아집에서 해방된 넓은 마음에 있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는 '내 것'과 '남의 것'을 엄격하게 구별하고, 조금이라도 '내 것'을 늘리면 늘렸지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고집스럽게 물질에 집착한다. 한 마디로 억척을 부리는 것이다. 재산을 늘리려고 할 때 탐욕이 생기고,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할 때 공포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도둑을 두려워하는 것은 두둑이 들고 있는 칼 때문이 아니다. 재산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물질에 집착하는 억척스러운 마음 때문에 도둑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아집에서 해방되면 이미 '내 것'과 '남의 것'의 구별이 사라진다. 이런 경지에 올라설 때 '문단속이 너무 허술하니 문을 닫고 가라'고 하는 배포 큰 유머의 세계가 펼쳐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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