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7. 2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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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부(李盛夫)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시집 {우리들의 양식},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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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離散)/고 재 구

 

보냄도 따나감도 정녕코 없었는데

헤어져 보낸 날이 주름살로 골이 지게

이별은 뉘 맘대로 와 아린 가슴 뒀는가.

 

서리 내린 머리 위로 기러기 날아와서

쉬어 간 하늘 멀리 구름 걷혀 맑아오면

우수절 대동강 물도 풀려가는 봄일 테지.

 

이제는 그리움도 아침놀로 흠뻑 져서

금수강산 고을마다 가슴 씻는 단비 되어

저 바다 물결로 만나 파도 함께 춤도 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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