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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 이성부(李盛夫)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시집 {우리들의 양식},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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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離散)/고 재 구
보냄도 따나감도 정녕코 없었는데
헤어져 보낸 날이 주름살로 골이 지게
이별은 뉘 맘대로 와 아린 가슴 뒀는가.
서리 내린 머리 위로 기러기 날아와서
쉬어 간 하늘 멀리 구름 걷혀 맑아오면
우수절 대동강 물도 풀려가는 봄일 테지.
이제는 그리움도 아침놀로 흠뻑 져서
금수강산 고을마다 가슴 씻는 단비 되어
저 바다 물결로 만나 파도 함께 춤도 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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