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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 김광섭 -
내 홀로 지킨 딴 하늘에서
받아들인 슬픔이라 새길까 하여
지나가는 불꽃을 잡건만
어둠이 따라서며 재가 떨어진다.
바람에 날려 한 많은
이 한 줌 재마저 사라지면
외론 길에서 벗하던
한 줄기 눈물조차 돌아올 길 없으리.
산에 가득히 …… 들에 펴듯이 ……
꽃은 피는가 …… 잎은 푸른가 ……
옛 꿈의 가지가지에 달려
찬사를 기다려 듣고 자려는가.
비인 듯 그 하늘 기울어진 곳을 가다가
그만 낯선 것에 부딪혀
소리 없이 열리는 문으로
가는 것을 나도 모르게 나는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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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版畵-석촌 호수에서/정완영
꽃과 잎 새소리 같은 것 잔 사슬은 다 보내고
곧은 뼈 한 대만 끌안고 함묵含默하고 누워 있는
겨우내 입 다문 호수, 텅! 비워둔 벤치 하나.
견고한 결빙結氷을 딛고 제 가슴을 찜질하는
호수도 호수려니와 저 나무들 다 어쩔꼬
칼바람 삼키고 섰다가 울컥! 하고 쏟아 낼 봄.
(# 백수 정완영 선생님이 98세를 일기로 별세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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