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8. 29.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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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 김광섭 -

 

내 홀로 지킨 딴 하늘에서

받아들인 슬픔이라 새길까 하여

지나가는 불꽃을 잡건만

어둠이 따라서며 재가 떨어진다.

 

바람에 날려 한 많은

이 한 줌 재마저 사라지면

외론 길에서 벗하던

한 줄기 눈물조차 돌아올 길 없으리.

 

산에 가득히 …… 들에 펴듯이 ……

꽃은 피는가 …… 잎은 푸른가 ……

옛 꿈의 가지가지에 달려

찬사를 기다려 듣고 자려는가.

 

비인 듯 그 하늘 기울어진 곳을 가다가

그만 낯선 것에 부딪혀

소리 없이 열리는 문으로

가는 것을 나도 모르게 나는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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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版畵-석촌 호수에서/정완영


꽃과 잎 새소리 같은 것 잔 사슬은 다 보내고

곧은 뼈 한 대만 끌안고 함묵含默하고 누워 있는

겨우내 입 다문 호수, ! 비워둔 벤치 하나.


견고한 결빙結氷을 딛고 제 가슴을 찜질하는

호수도 호수려니와 저 나무들 다 어쩔꼬

칼바람 삼키고 섰다가 울컥! 하고 쏟아 낼 봄.


(# 백수 정완영 선생님이 98세를 일기로 별세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