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2. 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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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 이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년인데……

감나무 저도 안부가 그리운 것이다

그러기에 봄이면 새순도

담장 너머 쪽부터 내밀어 틔워보는 것이다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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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떠 있는 고향 권갑하

- 저무는 마을

 

! ! 장닭꿩이 세상을 뒤흔듭니다

놀란 참새떼들 하늘 가득 쏟아집니다

터지고 쭈그러든 까치밥 허공을 끌어안습니다.

 

때마침 피라미 떼들 시린 등을 뒤집습니다

토방에 들던 새앙쥐 귀를 쫑긋 세웁니다

방죽가 맴생이 울음소리 길게 여운집니다.

 

멀리 30촉 전구로 어둠이 달라붙습니다.

부산히 하루를 안은 어머니 삭신 쑤십니다.

아버지 잔기침소리도 정적 속에 잦아듭니다.

 

저문 숲 어린 새들 잠자리를 다툽니다.

그 사이 솔방울 하나 잡은 손을 놓습니다.

아득히 쓸쓸한 지경으로 한 마을이 저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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