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나뭇잎 하나 - 김광규 -
크낙산 골짜기가 온통
연록색으로 부풀어 올랐을 때
그러니까 신록이 우거졌을 때
그곳을 지나가면서 나는
미처 몰랐었다.
뒷절로 가는 길이 온통
주황색 단풍으로 물들고 나뭇잎들
무더기로 바람에 떨어지던 때
그러니까 낙엽이 지던 때도
그곳을 거닐면서 나는
느끼지 못했었다.
이렇게 한 해가 다 가고
눈발이 드문드문 흩날리던 날
앙상한 대추나무 가지 끝에 매달려 있던
나뭇잎 하나
문득 혼자서 떨어졌다.
저마다 한 개씩 돋아나
여럿이 모여서 한여름 살고
마침내 저마다 한 개씩 떨어져
그 많은 나뭇잎들
사라지는 것을 보여주면서
-<좀팽이처럼>(1988)-
--------------------------------------
칡꽃 이흥우
여름햇빛 따가워서
잎샐 덮고 숨는 것을
숙취(宿醉)에 좋다 길래
제김 발로 따 둔 칡꽃
벗 불러 차 빚어 마시니
젖어드는 산 향기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7.06.13 |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7.06.09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7.06.07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7.06.05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7.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