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6. 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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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하나 - 김광규 -

 

크낙산 골짜기가 온통

연록색으로 부풀어 올랐을 때

그러니까 신록이 우거졌을 때

그곳을 지나가면서 나는

미처 몰랐었다.

 

뒷절로 가는 길이 온통

주황색 단풍으로 물들고 나뭇잎들

무더기로 바람에 떨어지던 때

그러니까 낙엽이 지던 때도

그곳을 거닐면서 나는

느끼지 못했었다.

 

이렇게 한 해가 다 가고

눈발이 드문드문 흩날리던 날

앙상한 대추나무 가지 끝에 매달려 있던

나뭇잎 하나

문득 혼자서 떨어졌다.

 

저마다 한 개씩 돋아나

여럿이 모여서 한여름 살고

마침내 저마다 한 개씩 떨어져

그 많은 나뭇잎들

사라지는 것을 보여주면서

 

-<좀팽이처럼>(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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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꽃 이흥우

 

 

여름햇빛 따가워서

잎샐 덮고 숨는 것을

 

숙취(宿醉)에 좋다 길래

제김 발로 따 둔 칡꽃

 

벗 불러 차 빚어 마시니

젖어드는 산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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